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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두산 Aug 12. 2023

병명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이것

    어느 날 지인의 입원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아갔다. 전부터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반기지 않음을 알기에 말을 아껴왔다. 도움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때로 간섭하는 것으로 느껴지거나 잔소리로 치부될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진지하게 도움을 요청할 때까지는 나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까운 사이일수록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몇 가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곳에서 한 환자 분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몸에 심각한 통증이 있고, 그로 인해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약을 처방받아먹어왔지만 자신이 어떤 병에 걸려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지 병원에서는 명확하게 밝혀낼 수 없었다. 최근에야 큰 대학병원에서 그 분야 권위자인 의사 선생님이 진단을 내리고 병명을 이야기해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이 질병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치료에 변화는 크게 없었다. 그래도 어떤 병인지 알게 돼서 안도감이 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병명을 알게 되었다는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는 이 상황에 심지어 명확한 원인도 치료법도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병명을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주변에서 병명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생활이 크게 잘못된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음에도 병원에서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아무 문제없는 듯 살아간다. 하지만 병의 이름이 붙여지는 순간, 환자가 된다. 반대로 병원에서 의사가 진단하지 않은 병명을 스스로 진단해 철석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으로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모두 실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대상에 더 큰  두려움을 느낀다. 어둠 속 보거나 느낄 수 없는 대상에 더 큰 공포를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병을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치 않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분명 어떤 질병을 앓고 있는지 알면, 그에 대한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마치 그 병의 이름을 아는 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약 먹고 수술해서 그 병만 치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여기는 데에 문제가 있다.


모든 질병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을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마라.
모든 병에 이름이 있으라는 법은 없다.
(아슈땅가 흐르다얌, Su. ch.12/64)


    또한 병을 진단하는 것이 병의 이름을 붙이는 것과 꼭 같은 의미는 아닐 수 있다.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지만 그 병에 명확한 이름이 없을 수도 있다. 아유르베다에서는 그 질병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몸 안에서 작용하는 도샤(Dosha)의 상태 등을 통해서 그 질병의 성질과 치료를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모든 질병에는 그 원인이 분명히 있다. 그것이 평소 잘못된 생활 방식에서 기인한 것인지, 음식의 양이나 질 혹은 음식을 먹는 방식의 문제인지, 수면 부족이나 수면의 질이 떨어진 이유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영향에 의해서 일수도 있다. 그리고 보통 이러한 원인은 오랜 기간 개인의 생활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매일 행해지는 부분이다. 내 몸과 마음의 행위는 반드시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한 영향은 몸 안에 있는 물질인 도샤(Dosha)의 증가 혹은 감소를 일으키며 불균형을 초래하고 나아가 병을 유발한다. 이러한 몸과 마음의 습관은 스스로 의도적으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그전에 어떤 습관이 이롭지 않은 습관인지 구별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병명에 집중하는 것만큼 무엇이 그러한 변화를 초래했는지 원인을 찾는 작업 또한 중요하다. 그리고 원인을 차단하는 것 만으로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완화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아유르베다에서 치료는 간략하게 표현하면, 원인과 반대되는 것을 적용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이유로 원인의 성질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약재나 음식을 치료에 사용한다.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퍼센트가
의사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습관 때문이었다.  
(습관의 힘 p.10)


    듀크 대학교의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퍼센트가 의사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었다.' (습관의 힘 p.10)라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행동에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습관이 없는 우리의 삶은 반대로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각의 모든 행위를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면, 양치를 할 때 오른손으로 할지 왼손으로 할지, 오른쪽 아랫니부터 닦을지 왼쪽 윗니부터 닦을지, 걸음을 걸을 때 왼발부터 걸을지 오른발부터 걸을지 등의 사소한 부분부터 운전을 처음 할 때 겪어야 하는 복잡한 사고 과정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면 운전을 할 때마다 혹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과도한 생각과 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금방 녹초가 될 것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우리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중략) 습관이 뇌에서 휴식할 시간을 주기 때문이다.
(습관의 힘 p.39)


    습관은 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습관이 형성되면 그 행위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수행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수많은 습관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개중에는 이로운 습관도, 해로운 습관도 있다. 결국 건강하게 살아간다는 말은 이로운 습관을 늘려나가면서 해로운 습관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다. 스스로 어떤 이로운 습관과 해로운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으로 삶이 흐르는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겠다. 아니, 꼭 정기적으로 체크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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