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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과 지붕, 아궁이가 만들 따듯한 집

결혼식 브런치북 에필로그

by heeso

결혼을 한지 두달정도 되었다. 얼마전 감기기운이 있는 J에게 '아프면 안돼, 오빤 우리집의 기둥이야, 기둥!' 이라고 이야기했더니 J가 "나 우리집 기둥이야~~"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기둥이란 별명이 지어지고 나서 며칠 뒤, J는 나에게 '지붕'이란 별명을 지어줬다. 우리 집의 눈바람을 막는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가장 멋진 부분이라면서. 난 그 별명이 맘에 들었다.


"그럼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에게는 뭐라고 별명을 지어주지?"


J는 고심하더니 말했다.

"아궁이로 하자. 아이가 생기면 집안을 따듯하게 데펴줄테니까. "


기둥과 지붕, 그리고 아궁이가 있으면 정말 따듯한 집이 된다. 그 대화 이후로 우리는 훗날 생길 아이 이야기를 할테면 '아궁이가~'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듯한 가정을 이루고자 결혼한 우리에게 딱 맞는 별명들이었다.





결혼식 이야기를 담아내며, 누군가는 너무 호들갑을 떠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현실세계에세 아름답기만 한 건 없다고.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브런치의 인기글 다수는 이혼, 외도 같은 주제를 담고 있고 결혼해서 행복하단 이야기는 오히려 귀할 정도이다. 행복하게 잘 산다라는 이야기가 너무 소소해서 글쓰기 주제로 덜 사랑받는지도 모르겠지만 행복을 꿈꾸며 하는 결혼이란 제도와 현실의 결혼생활은 괴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 어려움을 예상하기에 오히려 더 첫마음을 기억하고 싶다. 취뽀 후 새회사에 입사를 해도 사실 가장 좋은건 합격 소식을 들은 후 입사하기 전까지다. 입사 후에는 별별일이 다 생기고, '다닐수만 있다면!'란 마음과는 별개로 당장 떼려치고 싶단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든 일이 많아진다. 그렇기에 첫 시작, 첫 순간의 감사함을 알고 잘 즐기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의 여정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니까.


많은 이들의 축하와 축복으로 결혼식을 할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다. 이제는 우리 둘의 차례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의 조언과 바람처럼 서로를 배려하며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다. 그래서 정말 우리끼리 정한 별명처럼 튼튼한 기둥과 넓은 마음을 가진 지붕과 따듯한 아궁이가 되어 포근한 집을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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