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31살. 꽃집 딸 경력도 31년이 되었다. 지난 31년간 내가 받은 모든 꽃들은 엄마의 손끝에서 시작했다. 각종 입학식과 졸업식은 물론이거니와 어디 가서 상을 받아도 내 품엔 항상 엄마가 만든 꽃다발이 안겼다. 언제나 내가 든 꽃다발은 그 공간에 있는 그 어떤 꽃보다 예뻤다. 나는 그게 항상 자랑스러웠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엄마에게 부케를 부탁했다. 엄만 '내가 부케까지 만들어줘야 해?'라며 새침한 표정을 지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내미의 부케를 정말 잘 만들어주고 싶으셨나 보다. 틈만 나면 부케 만들기 영상과 레퍼런스 사진을 찾아보고 새벽 꽃시장에 갈 때마다 부케 소재 코너에 가 꽃들을 확인했다. 부케를 너무 오랜만에 만든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난 엄마의 실력을 의심치 않는다.
결혼식 당일 아침, 엄마가 전날 저녁 몇 번이나 꽃을 다시 잡아가며 만들었다는 부케를 만났다. 세상에서 가장 예쁜 부케. 촬영을 도와주던 작가님들도, 인사를 온 친구도 부케가 정말 예쁘다며 감탄했다.
"저희 엄마가 직접 만드신 거예요. 정말 예쁘죠?"
결혼식 내내 너무 활짝 웃어서 DVD를 보며 좀 후회했는데 그 순간은 눈물이 고였다. 엄마가 만들어준 꽃 중에 가장 많은 고민과 애정이 담겨있는 꽃이었다. 부케뿐 아니라 신랑, 혼주, 사회자의 부토니에까지 정말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