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골프 POV 08화

고마워 정말 좋은 라운드였어

Dago heritage 1917 / 인도네시아 반둥

by 달을보라니까

불도저도 포클레인도 없었던 시절에 자카르타의 여름 더위를 피해서 고산지대로 피서 온 사람들의 오락을 위해서 삽과 곡갱이로 하나 하나 파고 덮고 다듬어서 만든 몇 홀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파 72 정규홀이 된 Dago Heritage 1917.


골프장만 본다면 별로다. 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위험하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너무 많을 뿐더러 공이 떨어지는 지점이 안 보이는 곳도 여럿이다.


하지만 정감가는 코스다. 허술한 담장과 철조망 너머로 들어선 동네에 사는 아이들은 러프와 티박스에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쫓고 쫓기며 달려가기도 한다. 캐디는 그런 애들에게 뭐라고 크게 소리치지만, 그의 표정은 부드럽다. 그에게는 그냥 동네 꼬마 녀석들인거다. 어쩌면 조금 전에 지나 온 14번 홀에서 물과 음료수를 팔고 있던 아줌마가 저 아이들의 엄마일 수도 있고. 골프치러 온 손님들은 몇 시간 놀다가 가버리지만, 동네 사람들은 골프장과 함께 살아간다.


젊어서 대도시에 나가서 안 해본 일없이 열심히 했지만 떠돌기만 하다가 결국 어릴 때 살던 고향으로 돌아와서 캐디 일로 가족을 먹여 살린다는 내 캐디 타타. 나와 동갑이지만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그와 악수로 헤어지며 인사한다. "고마워, 정말 좋은 라운드였어. 언제가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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