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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앙과 신념 그 사이 어디

가이아 / 제임스 러브록

by 달을보라니까

가이아는 호모 사피엔스가 인식하고 경험하는 주관적인 세계 움벨트 umwelt에 더해서 다른 동식물과 무생물, 나아가 지구 전체를 포괄적 생태로 보는 다소 느슨한 개념이다. 그래서 과학보다는 신앙이나 신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사용된다.


과학자가 주창한 이론일뿐 아니라, 린 마굴리스 같은 또다른 일류 과학자가 동참했기 때문에 ‘살아있는 지구’나 ‘지구가 아파요’ 등을 비유 이상으로 사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참조가 되기도 한다. 마치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 전염병을 인류가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대자연의 처벌인양 말하던 사람들 처럼.


표지에는 일기예보에서 흔히 보는 기압도의 등압선이 지구 전체를 감싸고 있는 지구 사진을 배경으로 온갖 들짐승, 날짐승, 식물, 수생동물들이 초록색으로 그려져 있다.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기 훨씬 전부터 늘 여기에 있었다는 듯 무심하게 제 갈 길을 간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등압선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존재한다. 특정 지역의 기후는 다른 지역의 날씨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으며, 모든 생명체는 연결된 기후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것 처럼, 지구의 어느 종족이나 지역도 지구라는 닿힌 생태계 즉 가이아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잘 나타내 준다.


잔잔하게 잘 만든 표지로 생각된다. 연결된 세계를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따뜻해진다. 나는 세상에 외따로 떨어진것 같지만 사실은 다른 존재들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거대한 생태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연한 문장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계엄을 겪으면서 당혹하고 집중하지 못하고 힘들던 마음에 위안을 받는다. 레이첼 카슨이나 그와 논쟁을 벌였던 수많은 초일류 석학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누군가를 미워하건 마음이 누그러진다. 결국 나도 그들도 저마다의 주관적인 세상에서 살고 있으니까.


" …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택했던 저술 방법은 과학자의 주장이 아니라 차라리 대중 선동에 가까운 것 이었다... 자료들을 취사선택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책으로 인해 졸지에 비난의 대상이 된 화학공업계는 그녀의 논리에 반박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과학적 증거들을 선택적으로 취합했다...." - 서문 중에서


결국 인간의 진실은 과학과 비과학 사이 어디에서 재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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