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nderosa cc / 말레이시아 조호
퍼팅을 마치고 아쉽게 놓친 퍼팅에 대해 이야기하며 카트로 돌아가고 있는데 검은 새 한 마리가 카트에서 뭔가를 부리로 쪼고 있었다. 우리가 다가가니까 휙 옆으로 날아간 새가 물고 있던 것은 포장지에서 나온 비닐조각이었다.
새는 비닐을 모른다. 자신보다 작으면서 움직이는 것은 먹잇감이라는 오래된 생존공식에 따라서 바람에 흔들리는 비닐 조각을 다른 새보다 빨리 낚아챘을 뿐이다. 햇빛을 반사하며 바람에 흔들리면서 가볍고 매끈한 물건은 먹어도 소화되지 않을뿐더러 내장을 막아서 죽을 수도 있다는 새로운 생존법이 저 종족의 두뇌회로에 새겨질 때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그때까지 살아남을 수는 있나
사피엔스보다 진화가 더딘 종들은 미개한 종족으로 간주된다. 같은 사피엔스끼리도 그러는데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사피엔스의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에 사피엔스의 악의 없는 행동은 다른 종의 생존을 위협한다. 인간은 생태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신이 된 것이다.
그러나 신이 된 인간은 아직 자신이 신이 된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