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골프 POV 21화

침입자

Tanjong Puteri / 말레이시아 조호

by 달을보라니까


골프가 참 안되는 날이다. 앞 팀의 플레이를 기다리면서 계속 빈스윙을 하며 스윙 크기를 줄여도 보고 타이밍도 바꿔보고 어깨 턴도 줄여보고 등등 뭘 해봐도 당최 마음에 드는 샷이 안 나온다.


속 시원한 샷 하나 없이 벌써 후반도 네번쨰 홀이다. 티박스에 올라가며 오늘은 망했네하며 생각없이 휘두른 샷이 오늘 최고의 샷이 됐다. 페어웨이에 공이 떨어지는걸 기분좋게 보고 있는데 새 대여섯마리가 푸드득 날아간다. 먹을게 있는지 우리가 다가가는데도 미련을 못 버린 몇 마리가 연신 부리로 바닥을 쪼면서 슬금슬금 옆으로 갔다.


공을 치려는데 아직 주변에 있는 새들이 신경쓰여서 휘휘 손짓을 하다가 문득 그들이 아니라 내가 침입자임을 깨달았다. 나는 담도 주소도 지도도 없던 이곳에서 먹이를 찾고 짝짓기하고 새끼를 키우던 새들의 세계에 불쑥 나타나서, 맞으면 죽을 수 있는 골프공을 빠른 속도로 날려대고 저리가라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들에게 미안해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럼 얼마나 미안해야 하고, 미안하지 않으려면 어떨게 해야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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