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골프 POV 19화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스타벅스

도로변 주유소 옆 /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by 달을보라니까

골프를 마치고 주유소와 함께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서는데 가게가 텅 비었다. 눈에 보이는 테이블 숫자만 50여 개인데 손님이 아무도 없어서 멈칫했다. 영업을 안 하나 싶어서 자세히 보니 노트북으로 무슨 작업을 하는 사람이 한 명 있기는 했다. 커피를 주문하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었는데 직원들이 대답은 안 하고 다른 건 필요 없냐며 자꾸 웃기만 한다.


사고가 있었나 싶었지만 내가 원하는 물건은 샀으니 됐다 싶어서 돌아서는데, 자국민이 소유하고 운영하고 있다는 광고문이 눈에 띈다. 그러고 보니 주문하는 곳과 메뉴판에도 그런 문구가 있었다. 뭔가 감이 왔다. 미국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미국에 대해 말레시아 국민들이 보이콧으로 인해 스타벅스의 수익이 2024년 연말기준으로 46% 감소했다고 한다. 이해할 만하다. 땅을 빼앗긴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한 군데 몰아놓고 높은 벽을 둘러쳐서 제대로 먹고살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서, 폭탄을 쏘고 총칼로 학살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배후에는 미국이 있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게 옳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애꿎은 피해자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스타벅스의 소유권이 100% 한국기업에 있는 것처럼, 말레이시아도 자국민이 소유하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매출의 5%를 로열티로 미국에 있는 본사로 지불하는 것 이외에 다른 모든 수입은 자국에 귀속된다. 따라서 매출과 수익이 줄어들면 스타벅스 본사도 타격을 받겠지만 그건 제한적이다. 다른 나라들과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돈과 희석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매장에서 소비된 돈은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월급이 되는 셈이고, 매출과 수익의 감소는 곧바로 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참 아쉽다. 인도주의와 정의를 지지하기 위한 행동이 나쁜 짓을 한 놈들에게는 타격을 못 주고 애꿎은 사람만 위협하게 된다니. 나같은 뜨네기가 팔아주는 커피라도 그들의 생활을 지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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