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골프 POV 18화

깃발은 목적을 만든다

Tanjong Puteri - Plantation / 말레이시아 조호

by 달을보라니까


깃발이 세워졌다.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자라는 풀들이 잡초가 되어 뿌리뽑히고, 인간이 필요로 하는 과일과 고무를 생산하지 않는 나무들은 사정없이 불태워지고 잘려나간다. 깃발이 올라간 곳은 지도에 편입되어 인간의 땅이 되었고, 고속도로 양 옆으로 팜나무들이 줄지어 빼곡히 들어선 플랜테이션들은 지구적 스케일의 분업화와 공장화를 떠받치는 최말단 인프라로 구조화되고 도구화되어 인간의 인간에 대한 착취를 자연과 땅에 전가한다.


아무도 오지 않고 누구의 소유도 아니던 밀림에 세워진 깃발은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깃발은 목적을 만들고 규칙과 절차를 만들어 다들 저마다의 게임을 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잠시 이곳을 정복하고 통제하는듯 굴다가 이내 떠나고, 깃발은 다른 사람들의 목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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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