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가는 택시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자카르타 공항에서 짐을 찾아 나오면서 Grab 택시를 불렀다. 참 편리하다. 목적지를 정확히 찍어주기 때문에 어디가는지 설명하는데 진땀빼지 않아도 되고,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자동 결제되기 때문에 환전도 필요없고 잔돈 걱정도 안해도 된다. 환율에서 조금 손해를 보겠지만 이래 저래 신경 안 써도 되는 편리함에 비하면 그정도 쯤이야 싶다.
Grab 기사는 매우 친절했다. 영어는 간단한 인사말 밖에 못했지만 계속 웃는 표정에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할 때는 조심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끔 그는 사이드 미러를 접고서 복잡한 도로를 요리조리 빠져나가곤 했다. 골프장에 도착해서는 묵직한 내 골프백을 내려주고는 현지어와 손모양으로 연신 인사를 하고 갔다.
참 고맙다. 몸도 편했고.
그런데 마음이 영 불편하다. 길 건너편에 줄지어서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반 택시들을 보면 더 그렇다. 저들 중 몇몇은 거스름 돈 떼먹고, 빙빙 돌아서 바가지 씌워서 욕먹기도 했겠지만 이제는 모두 신기술에 밀려서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힐 것이기 때문이다.
신기술은 그들의 노동과 거래의 속성을 바꿔 놓았다. 노동의 댓가는 즉시 지급됐고 온전히 노동을 제공한 한사람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Grab 택시 기사의 노동의 댓가는 며칠 후에 수수료를 떼고 입금된다. 그들의 노동이 금융화된 것이고, 내가 누리는 편리함의 댓가는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저들은 이미 부자인 거대 기업에게 수수료를 뜯길 뿐 아니라, 내가 행여 낮은 평점을 줄까 눈치도 봐야 한다.
기술이 발달하고 생산력이 높아졌는데 같이 좀 먹고 사는 방법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