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골프 POV 14화

여행자는 여행자일 뿐

오크밸리 근처 / 강원도 원주

by 달을보라니까

촌놈에겐 강원도 원주가 일본이나 홍콩보다 멀게 느껴진다. 시간 딱 맞춰서 와도 되는데 혹시 몰라서 일찍 터미널에 와서 김밥천국 오무라이스를 먹고 버스를 타서 잠깐 졸았는데 벌써 원주다.


골프 여행은 즐겁다. 그러나 여행에 포함된 골프가 아닌 것들, 특히 “처음”들이 즐겁다. 동네 무인 옷가게가 신기하고, 다시는 안 가볼 극장에서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고, 아무 커피숍에 들어가서 거리 풍경을 보며 가방에 넣어온 책도 읽는다.


소도시의 전경과 복잡하지 않은 도로가 편안하고 어쩐지 사람들 표정도 여유있어 보인다. 하지만 비어있는 가게들과 손님없는 식당들을 보면 내 일이 아닌데도 괜히 염려되서 이른 저녁을 먹으며 가게 안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눈짐작해 식당의 매출과 비용을 셈해보기도 한다.


필요한 물건 몇 개를 사려고 주변을 몇 바퀴 돌다가 결국 대형마트에 갔다. 동네 가게에 가고 싶었는데, 객지 사람 눈에는 흔한 슈퍼마켓도 잘 보이지 않는다. 사실 당연하다. 외지인들이 주로 오가는 터미널 주변에서 현지인 행세를 하려 한 셈이니까.


여행자는 여행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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