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밸리 파인-체리코스 / 강원도 원주
안타깝지만 한국 골프장은 아름답기 어렵고 골프가 좋기는 더 어렵다. 대부분이 좁은 땅에, 그것도 산을 깎아서 골프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오크밸리는 아름다우면서도 골프도 좋은 드문 코스 중 하나다. Robert Trent Jones Jr. 가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넓고 좋은 입지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들렀던 Damai Indah의 PIK코스 역시 그가 설계한 코스지만, 손에 꼽을 만한 못난 코스였음을 생각하면, 아무리 뛰어난 골프 디자이너가 설계했다고 하더라도 입지가 안 좋으면 그저 그런 코스가 되고만다. 기예(技藝)는 입지(立地)를 결코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산기슭을 따라 배치된 홀들은 무성한 나무들과 작은 개천들로 연결되고 부드러운 산등성이들이 겹쳐진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거리 감각을 흔들고, 해저드와 벙커가 착시와 과용을 부른다. 해안가에 위치한 골프장들의 아름다움이 화려하고 이국적인 개방감에 있다면, 오크힐스 같은 산악형 골프장들의 아름다움은 먼 산과 가까운 산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동양화 풍경이 주는 포근함과 아늑함이 아닐까.
포근하고 아늑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파인 코스 5번 홀에서 티샷을 잘 친 동반자들의 세컨샷이 모두 오른쪽 나무 밑에 떨어진다. OB를 면해도 레귤러 온은 어려워진다. 왼쪽의 해저드는 실질적 위협이 아니지만 골퍼들의 마음을 흔들고, 미혹에 흔들인 사람들을 골라서 청구서를 보낸다. 참 잘 만든 홀이다. 역시 아름다운 것에는 가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