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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4. 2023

#30. 아메리카

쟝 보드리야르 / 문예마당

현대를 소비사회로 정의하여 기호로 분석하고, 그 본질을 시뮬라시옹과 시뮬라르크로 표현하여 후기 자본주의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보드리야르가 미국을 여행하고 쓴 기행문이다.


롤랑 바르트가 일본을 여행하고 '기호의 제국 the Empire of Signs'를 썼듯, 그는 "아메리카"를 썼다. 이 책은 내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형이상학적 직관과 날카롭고 사실적인 관찰 그리고 (솔직히) 난해한 서술로 인해 그가 본 '낙원'은 내게 서늘하고 세기말적으로 느껴졌었다. 그가 말하는 '실재성'은 형이상학적 실체로 이해됐고 내가 보는 현실을 규정했다. 그리고 규정된 현실이 다시 형이상학적 실체를 강화하는 반복을 통해 나는 그를 이해했다고 생각했고 미국의 기호를 읽었다. 특히 그의 '사막'에 매료됐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그는 세상을 떠났고 나는 그 사이 여러 차례 미국과 많은 나라들을 다녀왔다. 나는 그가 바라보던 시뮬라르크로의 캘리포니아와 유토피아의 모사물들을 지나쳤고 그것들은 내 뒤쪽 저멀리의 소실점 뒤로 사라져버렸다. 나는 여전히 사막에 매료되지만 유럽인이 미국에서 발견한 사막, 현대성에 대비되는 사막이 아닌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의 사막에 매료된다.


오래전에 산 책이다. 이사다니고 결혼하고 아이 생기고 이사가고 둘째 생기고 또 이사하고 애들 커서 집 좁아지고 등등 내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려야 했던 많은 순간을 넘기고 이 책은 살아남았다. 이 책을 보면 보드리야르의 사막에 매료되어 있던 젊은 날이 생각난다. 표지에는 자리에 앉아 옆을 바라보는 보드리야르가 있다. 30년 전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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