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리우 / 황금가지
정말 예쁜 표지다. 그림이겠거니 했는데, 일본인 예술가의 상상과 환상 속의 기린 Qilin이다. SF의 표지에 딱 잘 어울린다.
SF는 지금과 다른 환경에 놓인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재미있는 장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놀라운 과학과 기술을 가져다 쓰기도 하고, 읽는 이를 미래로 데려다 놓기도 하지만 결국 SF가 던지는 질문은 인간과 인간의 행동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서도 캔 리우는 같은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이 달라진 지금,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켄 리우의 글에서는 동양과 서양이 동시에 느껴진다. 생명을 무한대로 연장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시대에 누군가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에 따라 더 이상의 재생작업을 그만둔다. 이로로써 ”다시 또다시 시작해야 하는" 환생의 고리를 끊는다. 붓다의 열반처럼. "죽음이야말로 삶이 만들어낸 가장 멋진 것"이라는 스티브 잡스 같은 말이나 "부자는 사는 법도 죽는 법도 가난뱅이와는 다르다"든지 "영원한 삶을 얻은 사람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권태"라고 말하는 곳에서는 매우 서양적이다. 켄 리우가 아시아인이자 미국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