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 김영사
가스라이팅에 열심인 책 표지다.
'300년 전통경제학"을 뒤집었다고 주장하고,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반란'의 생각이 있다고 겁준다. 그리고 저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믿을 수 있는 권위자임을 강조한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히 맞는 말도 아니다.
통조림 캔 속에 들어있는 인형 그림은 우리가 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믿는 행위들이 사실은 시스템 1과 2의 의존적 협력관계에 의해 조건 지워진 선택임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생각체계는 특정 개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동일한 진화경로를 거쳐온 우리 모두에게 공통적임을 잘 보여준다.
마케팅적으로 아주 잘 만든 표지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책의 표지와 비교해 보면 훨씬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약점을 파고든다. 제목도 잘 만들었고, 노벨상이라는 권위와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소제목들은 매우 효과적일 것 같다. 표지가 정말 열일한다. 원래 마케팅이 이런 거니까 싶지만 꽤 불편하다.
대단한 뭔가 있다는 듯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예전부터 있었던 이론 혹은 가설들을 몇 가지 사례를 이용해 설명하는 것에 불과하다. 늘 그렇듯 이런 사례적 접근은 꿰어 맞추기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그럴듯한 광고와 가스라이팅이 늘 진실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번듯한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책 두께가 지금의 반의 반 정도였다면 훨씬 나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면 같은 말을 반복하는 횟수도 크게 줄어들었을 테고, 700페이지의 지루함도 확 줄어들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