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 로벨리 / 샘앤파커스
오래동안 이론에만 머무르던 블랙홀이 마침내 관측을 통해 실체가 증명되자, 대번에 화이트 홀로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다. 글쎄, 아직 과학적 추론이라 하기엔 어렵겠지만, 블랙홀로 빨려들어갔다가 화이트 홀로 빠져 나올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나름 극적으로 논리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화이트 홀은 영화와 소설의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것 같다.
로벨리의 이번 책은 표지에 신경을 많이 쓴것 같다. 표지 그림이 전구 같지만 그렇지 않다. 빛이 보이기는 하지만 태양이나 전등처럼 빛이 나오는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화이트 홀 역시 블랙홀의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물질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표현하려 노력한 것 같다. 사건의 지평선을 지난 비행선이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영원히 정지해 있는 것으로 보이듯, 화이트홀을 벗어난 빛 역시 영원히 멈춰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참 잘 만든 표지다.
또 재미있는 것이 안에 숨겨져 있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타나는 하드커버의 앞뒷면에 걸쳐서 3개의 원이 그려져 있다. 뒷편에 있는 검은색 블랙홀이 양자터널을 지나면서 플랑크 크기로 압착되어 양자도약을 해서 화이트홀이 생성 된다는 로벨리의 말을 아주 잘 요약해준다. 훌륭하다. 여기에 꼬리를 하나 슬쩍 그려넣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 표지를 디자인 한 사람은 대체 누굴까? 로벨리가 조언을 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