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쿠퍼 / 진성북스
박물관은 일상의 휴식처 혹은 여행지에서의 호기심이나 지적 자극을 충족해주는 곳으로 생각되곤 한다. 이 책은 박물관이 사실은 첨예한 이데올로기와 과학의 각축장임을 지적한다. 박물관이 주로 식민지를 운영한 국가들에서 시작되었고, 18세기 이후에 자리를 잡았음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박물관은 "남들의 물건"을 가져다가 제 입맛에 맛는 방식으로 전시한 곳이라는 저자의 포인트가 매우 적절해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타인의 박물관 The Museum of Other people"이다.
그러나 한국어 번역본은 너무 너무 순한 맛이다. "그림자"라는 말에서 슬쩍 편집자의 의도가 보이는듯 하지만, 결국 책의 지향점과 논점을 흐린다. 왜 그랬을까. 책의 저자는 타인의 박물관을 가진 나라의 사람이고, 우리는 그렇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때아닌 뉴라이트 역사논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고 싶어서였을까?
순한 맛으로 색감도 디자인도 꽤 잘 만든 표지가 아쉽다. 책의 의도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