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보울스 / 흐름출판
호모 이코노미쿠스는 효율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 저자의 포인트다. 그래서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라는 핵심질문을 이 바닥에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례와 연구를 조금씩 다르게 그리고 변형하여 반복적으로 분석하면서 편견과 오해은 쳐내고 살은 조금씩 붙여가면서 정통 경제학과는 다른 결론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좀 지루하고 가끔 읽은 부분을 다시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다. 한 편으로는 존 스튜어트 밀이나 다른 유명한 경제학자들이 끌려 나와서 한 대씩 얻어터지고 가는 것도 통쾌하다. 사실 심판이 편파적이기는 하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고 결국에는 이기적이고 경제적인 익명적인 인간들이 사적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시장이 답이라는 현대 경제학의 믿음과 신뢰에 도전한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얻으려 하는 획득동기만 있는 호코 이코노미쿠스가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하는 정체성동기를 가지고 있는 존재임을 경제학과 법과 제도의 설계자들이 놓치고 있음을 논증한다. 그래서 완벽할 것 같은 시장은 실패하는데 외견 허술해 보이는 도덕과 양심이 가격보다 나은 기능을 수행한다. "부도덕한 자들의 사회"를 전제로 한 제도는 효율적이지도 지속가능하지도 않으며, 일회성 혹은 지속적 전략적 상호관계로서의 경제행위에는 악수가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한다. 악수는 계약의 불완전성이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악수가 바로 가격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고 악수를 나누는 이런 시민들의 관계를 강제성 혹은 인센티브로 대체될 수 없다는 결론은 한편 소박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리 인간사회를 실제 지탱하는 것은 엄격하고 냉정한 계약서가 아님을 이제 우리는 알고 있지 않나? 실제로 내가 다소 손해 보더라도 신뢰를 저버린 자를 응징하려고 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나 자신과 주변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바로 사회의 근간인 거다.
"왜 경제적 인센티브는 선한 시민을 대체할 수 없는가"가 꽤 거슬린다. 이 문장의 원문 때문이다. "Why Good Incentives Are No Substitute for Good Citizens"에서의 Good incentives는 "(아무리) 좋은 인센티브를 줘도 소용없다"로 해석해야 할 것 같지만, 이 말은 동시에 "어지간히 많이 주지 않으면 안 될걸"로도 읽힌다. 언듯 저자의 논지를 흐리는 것 같지만 사실 바로 이런 맥락과 상황 의존성이 전략적 상호관계 아니겠나 싶다.
표지가 너무 진지하다. 붉은 단색 바탕에 진지한 굵은 글씨. 심각한 이야기 할 테니 집중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책의 첫인상이 꽤 부담스럽지만 그래야 할 것 같다. 내 머리속에 굳건히 자리 잡은 이기심과 사적자치라는 오래된 프레임에 도전하는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