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자키 다케시 / 정은문고
집에는 늘 책이 많았다. 가족들도 책이든 뭐든 읽는 걸 좋아했으니 집안 어디든 항상 책이 있었고 대충 쌓아놓은 책뭉치가 쓰러지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아이들이 크면서 집이 점점 좁아졌고, 갑자기 시작된 코비드로 가족 모두 집에서 생활하면서 뭔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하지만 집 보러 다니기도 이사도 어려운 시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짐을 줄이는 것이었고, 자연스레 내 물건들이 타겟이 되었고 내 책을 몽땅 내버렸다.
시간이 흘러 큰 애가 외국으로 대학을 가고 곧이어 둘째도 떠나면서 집은 다시 넓어졌다. 다시 종이책을 살 수 있게 된거다. 종이책은 전자책과 너무 달랐고 너무 좋았기에 기회가 될 때마다 다섯 권 열 권씩 종이책을 사들였다. 그러자 곧 내 방에는 다시 책 무더기들이 생겼다. 비록 이제는 대충 던져둬도 걸려 넘어지거나 쌓아둔 무더기를 쓰러트리는 아이들이 없기는 하지만.
좋이책을 사며 기뻐하는 내게 지인이 "장서의 괴로움"을 추천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표지다. 아무리 정리를 해도 감당하지 못하는 속도로 쌓여가는 책을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저자와 방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꿰차고 편안한 고양이 모습에 웃음이 난다. 뒷표지에는 책을 줄이겠다는 결심과는 달리 책 한 무더기를 커다란 백팩에 넣어 오는 저자가 있고, 그가 책값을 내기 위해 스캔했을 바코드 위에도 책이 있으니, 장서가 괴롭다고 말하지만 싫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게 바로 내 모습이고 우리 모습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