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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을보라니까 Nov 13. 2024

#26. 행동

로버트 세폴스키 / 문학동네


각주와 참고문헌 빼고도 8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행동은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무작위적인 것도 아님을 역설한다. 어떤 행동은 그 사람의 머리속에서 몇십분의 1초 전에 발생한 호르몬 혹은 생화학적 작용의 결과로 풀이될 수 있고, 나아가 몇 분 혹은 몇 시간 전에 본 뉴스에 영향을 받은 것이 것이라고 한다. 결국 매우 다양한 요인의 맥락적 영향으로 인해 조건지워진 선택의 결과가 인간의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주장이 마뜩치 않다. 우리의 행동이스스로의 판단과 선택의 결과가 아닌 다른 무엇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면 나라는 존재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뇌과학은 계속 나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영문 원제인 Behave를 표지에 쓰면서 대문자 A를 무엇인가를 질질 흘리면서 걷고 있는 인간의 형상으로 그린 것이 기발하다. 우리의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고, 지금의 행동은 과거의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저자의 논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제목과 부제도 뭔가 번진듯하게 썼다. 그리고, Behave 글씨 주변을 가만히 보면 희미한 흔적이 보인다. 이 역시 라플라스의 악마인 셈이다.


사려깊은 디자인이다. 이 책을 편집하고 만든 사람들 대단하다. 영어 원본과 비교하면 100배는 더 잘 만들었다.


저자가 이 표지를 보면 기뻐할것 같고, 한국 출판사가 그의 책을 내면서 얼마나 사려깊게 준비했는지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폴스키 교수에게 책표지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보냈다. 언제든 세폴스키가 한국에 오거나 아니면 온라인 강연을 하게되면 그때 짧게라도 이 책을 만든 문학동네 담당자들에게 감사합니다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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