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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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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Oct 26. 2022

삼,십대 ep.15

불행 그리고 행복

불행과 행복. 딱 한 글자 다를 뿐인데, 그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불 행


오래전 어떤 아이를 만났다. 꽤 오랜 시간을.


그 애와 내가 사는 세상. 

그 사이에는 꽤나 큰 거리가 존재했다.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론 깰 수 없는 행복과 불행의 거리.


그 시절 나는 나의 행복이 그 애의 불행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 애의 불행은 그 애의 탓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생엔 그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건방지게도 내가 그 애를 구원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나의 행복을 나눠줬다.


행복도 누려본 사람이 누릴 수 있다고 했던가. 

모든 걸 집어삼킬 듯, 시커먼 불행으로 가득 찬 그 애의 삶을

도저히 감당해낼 이유가 없어 나는 떠났다.


그 애를 끊어내기 위해 정신없이 달아나던 도중 문득, 

내 몸에 덕지덕지 묻은 불행이 보였다. 

불행이 옮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그렇게 반년을 불행 속에 잠식된 채 살았다. 

서서히 정신이 피폐해졌고,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불행을 들킬까 오히려 더 행복한 척을 해야 했다.


그 맘때 쯤, 애인을 만났다.



행 복


행복한 척하니, 정말 행복이 왔다.


애인은 나의 행복한 척에 속아 내게 왔다. 

그리고 몇 년을 걸쳐 내게 묻은 불행을 털어냈다. 

작은 불행까지 남기지 않고 꼼꼼하게.


그의 희생 덕분에, 그렇게 나의 불행이 끝이 났다.


미안했다. 

오랜 시간 나를 믿어주며, 

애인은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체기가 났을까


나는 절대, 내게 굴러들어 온 행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당신과 내가 완전히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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