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그리고 행복
불행과 행복. 딱 한 글자 다를 뿐인데, 그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불 행
오래전 어떤 아이를 만났다. 꽤 오랜 시간을.
그 애와 내가 사는 세상.
그 사이에는 꽤나 큰 거리가 존재했다.
좋아한다는 감정만으론 깰 수 없는 행복과 불행의 거리.
그 시절 나는 나의 행복이 그 애의 불행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 애의 불행은 그 애의 탓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생엔 그저 운이 안 좋았을 뿐이라며,
건방지게도 내가 그 애를 구원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한참을 나의 행복을 나눠줬다.
행복도 누려본 사람이 누릴 수 있다고 했던가.
모든 걸 집어삼킬 듯, 시커먼 불행으로 가득 찬 그 애의 삶을
도저히 감당해낼 이유가 없어 나는 떠났다.
그 애를 끊어내기 위해 정신없이 달아나던 도중 문득,
내 몸에 덕지덕지 묻은 불행이 보였다.
불행이 옮는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그렇게 반년을 불행 속에 잠식된 채 살았다.
서서히 정신이 피폐해졌고, 행동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불행을 들킬까 오히려 더 행복한 척을 해야 했다.
그 맘때 쯤, 애인을 만났다.
행 복
행복한 척하니, 정말 행복이 왔다.
애인은 나의 행복한 척에 속아 내게 왔다.
그리고 몇 년을 걸쳐 내게 묻은 불행을 털어냈다.
작은 불행까지 남기지 않고 꼼꼼하게.
그의 희생 덕분에, 그렇게 나의 불행이 끝이 났다.
미안했다.
오랜 시간 나를 믿어주며,
애인은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체기가 났을까
나는 절대, 내게 굴러들어 온 행복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당신과 내가 완전히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