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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삼,십대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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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헤이 Aug 22. 2022

삼,십대 ep.16

관계 그리고 퍼즐 맞추기

유년시절 퍼즐 맞추기를  좋아했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퍼즐이지만, 결국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그 온전한 순간이 좋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풀어야 할 퍼즐의 난이도가 점점 더 높아지면서, 나는 더 이상 순수한 마음으로 퍼즐 맞추기에 임할 수가 없었다.



관계라는 퍼즐


관계는 퍼즐 맞추기 같다.  


상대와 합을 맞추기 위해, 

나는 주로 그가 생긴 모양에 맞춰 

나의 일부분을 도려내는 편이다.


어떤 사람은 예절에 뾰족하고, 

어떤 사람은 믿음에 뾰족하고, 

어떤 사람은 사상에 뾰족하고. 


사람마다 뾰족한 부위가 달라서 

상대가 어떤 부분에 날이 서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날이 선 부분을 피해 나의 모양을 만들어 상대에게 끼워본다. 


이때, 상대도 나에게 맞춰 

조금이라도 다듬어줄 의지가 있다면 

나의 관계는 성립이 된다.


그렇게 수많은 관계를 맞춰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다양한 모습으로 변해있다. 

그래서 정작 원래의 내가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뭘 좋아했더라? 내가 뭘 싫어했더라?',

'나는 어떤 사람이었지? 나는 나를 위한 대답을 한 적이 있던가?' 

그렇게 자기 비하와 피해의식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무렵. 

당신이 보였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 시시각각 제 모양을 깎아대며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바라보는 당신이.


그런 변덕스러운 나를 맞추기 위해, 

당신은 또 얼마나 많은 마음을 깎아내야 했을까.


어떤 관계에 있어서는, 

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모양을 깎아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는 지금껏 누구를 위해 살아온 걸까?


오롯이 앞만 보며 살아오느라, 

정작 내 곁을 든든하게 받쳐주던 나의 사람들을 살펴보지 못했다.


남은 인생은 그런 나의 사람들에게 보답하며 살고 싶다.


내가 가진 퍼즐과 그들이 가진 퍼즐이 어떤 모양인지 살펴보고, 

나와 나의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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