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연애중 그리고 결론
스물넷에 만나 서른까지
6년째 연애중
인생의 격동기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안정선에 접어든 지금까지
내 곁에 있어준 건 애인이다.
함께 위기를 겪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그는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때 그 시절 애인 없이는
그 급격한 변화를 견뎌낼 수 없었을 것 같다.
장기간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과거의 내게 연애란 설렘과 떨림이었고,
그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져 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함께 겪었던 시간이 쌓이고 쌓여 농도가 더 짙어졌다면 모를까,
설렘이란 결코 사라지고 마는 감정은 아니었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우린 여전히 설레고 떨림이 있는 사이다.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요리를 이길 수 없듯이.
우리가 함께해온 시간과 정성은 우리 사이에 감칠맛을 더한다.
그 누구도 서로를 대체할 수 없도록.
유대감으로 더없이 특별해진 관계.
둘이라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이 기분.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약속했다.
결론
식상하지만, 우리의 결론은 결혼이다.
결혼을 준비하며 알게 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결혼은 결론이 아니라 서론에 불과하다는 것.
누구나 다 하지만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결혼이라는 것.
우리가 만난 건 어쩌면 지대한 운명이라는 것.
'결혼할 사람은 정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예스다.
흔히들 말하는 후광이나, 종소리가 들리진 않아도
머릿속에 나지막이 '이 남자랑 결혼하면 진짜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완벽한 타이밍에 그가 내 곁으로 왔다.
결혼을 준비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무사히 결혼한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장벽 하나만 넘으면 될 줄 알았는데,
넘어보니 장벽 밖에선 가늠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장벽들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 수많은 장벽들을 함께 이겨낸 결과가 결혼이라면,
어쩌면 결혼은 식상한 결론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