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남긴 한 단어
어느덧 연말. 서른이 된 지 얼마나 됐다고 서른이 끝나간다. 서른의 끝에서 찬찬히 되돌아보니 딱 한 단어가 남았다.
정리
멋모르고 무작정 늘리는 걸 좋아하던 이십대의 삶을 정리하고,
그중에서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겨 삼십대를 준비하는 나이.
일 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일이면 어김없이 오던 연락들이 서서히 잦아들었고,
지인들은 한 달에 한 번도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다.
꽉 찼는데 입을 옷이 없던 옷장도 비교적 깔끔해졌고,
그 많던 립스틱들도 꼭 필요한 것만 남았다.
그 사이 결혼과 독립을 하게 되었고,
누군가의 아내로서 책임감이 생겼다.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겠던 업무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 음식, 취향,
나의 부족한 점과 좋은 점
그리고 그리던 미래까지 명확해졌다.
서른이란 나이는
자의로든, 타의로든 정리할 기회가 온다.
그때 무엇을 남길지 깊게 고민해보시길.
불필요한 요소들을 덜어 내다 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나도 몰랐던 진실된 '나'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이제 비로소 나는,
내가 주체가 되는 진짜 나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게으른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삼십대의 시작에 감사를 표하며..
당신의 삼,십대도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