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뿌려진 습한 공기의 조각도 틈을 단단히 매웠다.

by 지해롭게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스쳐간 여름이었다

조여 오는 어둠을

고요하던 영혼을

흠뻑 적셔주길 바랐다


흩뿌려진 습한 공기의 조각도

틈을 단단히 매웠다


꼬리의 꼬리를 문 실타래 같던 잡음도

매듭 져 고이 간직하련다

그렇게 마음 한 켠에 올여름을 새겼다


낭만을 잃어가던 청년에게

소소한 일탈은 그저

벗과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나긴 여름의 문턱을 넘었다


남의 힘을 입지 않고

홀로 서려는 몸부림은

그저 침착함으로 보이길 바랐다


갈증은 시공간을 왜곡하며

헛된 망상으로 나를 괴롭혔다

출렁이는 두려움을 한 순간 잠들게 한 사람

그렇게 하루를 버티는 힘은 너였다


밤이면 하늘이 타오르는 볕을 끌어안듯

널 보면 부서지는 나를 안아주길 바랐다


어쩌면 하늘 위 태양이 아닌

강물에 반사된 태양을 보고

피했을지도 모른다

뒤엉킨 오만 감정을

이제는 흘러 보내려 한다


무르익어가는 녹음에 안녕을 고하고

맑고 다정했던 너에게 안녕을 바란다


그렇게 가을이란 벗을 맞이한다

겁겁이 옅어진 너란 빛이

겹겹이 짙어지길 바라본다


들뜨지 않을 만큼 행복했고

터지지 않을 만큼 힘겨웠던

여름 끝자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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