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마라톤 참가를 위한 준비물
42.195km. 완주경력 13번인 지인의 강권에 못이겨 풀코스 마라톤 등록을 마쳤다. 긴장이 많이 됐다. 본격적으로 대회 참가 후기와 마라톤 관련 정보를 찾아 준비를 시작했다.
마라톤, 그러니까 달리기는 운동복, 운동화만 있으면 준비가 다 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운동복과 운동화도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예전에는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 가면 특정 종목에 구분 없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티셔츠, 츄리닝으로 불리는 운동복이 많았다. 요즘은 달리기가 인기를 끌다 보니 첫눈에 들어오는 진열대에 러닝용품이 전면배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양한 소재와 우수한 기능의 제품이 많다. 나는 운동복에 추가로 돈을 들이고 싶지 않아 기존에 갖고 있던 운동복을 입고 뛰었다. 운동으로 오른 체온은 땀이 증발하면서 조절된다. 장거리 달리기에 면으로 된 티셔츠를 입는다면 땀에 푹 젖어 소금을 지고 가다 물에 빠진 당나귀 신세가 된다. 목표한 달리기를 끝낸 후에는 선선한 바람도 시원함을 넘어 금방 체온을 뺏아간다. 땀에 젖은 옷은 러너에게 짐이다. 기능성 의류가 요긴하다.
오래 달릴 때는 몸에 걸친 모든 것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러닝화는 물론 스마트 폰, 시계 그리고 운동복까지.
비싸지 않은 가격대의 셔츠와 팬츠를 준비하여 대회 당일 입기로 했다. 신청한 동아마라톤은 3월 일요일에 치러진다. 아침 공기가 아직 쌀쌀한 때다. 반바지와 반소매 운동복으로는 추울 것 같았다. 긴팔을 입어야 하나? 자료를 찾아보니 많은 러너들이 일회용 비옷 또는 세탁소에서 옷을 포장하는 비닐에 구멍을 뚫어 입고 달리다 열이 오르면 도로에 버리고 있었다. 어차피 첫 출전이라 완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가능하면 비용을 줄이고 싶었다. 옷장에 걸려있는 재킷의 세탁소 비닐을 활용하기로 했다.
달리기에 가장 필요한 준비는 단연코 신발이다. 달리는 사람에게 신발은 매우 중요하다. 기록과 부상에 직결된다. 세상에는 많은 러닝화가 있다.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종류도 워낙 많아 첫 번째 러닝화를 보내고 난 후, 어떤 신발을 고를까 한참 고민했다. 러닝화의 무게와 쿠션감이 제일 중요했다. 너무 단단해도 푹신해도 안 된다. 단단한 바닥은 관절에 가는 충격흡수에 불리하고 너무 부드럽고 푹푹 꺼지는 신발은 반발력이 적어 쉽게 피로해진다. 이전의 선수용 전문 마라톤화는 가볍고 쿠션감이 별로 없었지만 최근 카본소재가 사용된 후로는 스프링을 딛는 것과 같은 강한 반발력을 가진 러닝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흔히 카본화라 불리는 이 러닝화는 상당히 비싸지만 기록단축용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회에서 신을 러닝화로 레이싱용 제품 중에 가성비 높고 후기가 좋은 제품을 구매해서 적응기간을 거쳤다. 아식스 타사였다. 지금은 단종됐다. 확실히 평소 신던 러닝화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운동화만 바꿨는데 평소 달리던 10km 구간의 기록이 3분이나 단축되었다.
마라토너들은 양말도 아무거나 신지 않았다. 발가락 양말을 많이 신었다. 발가락 사이에 땀으로 물집이 잡히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대회 전까지 3차례 착용하고 러닝 했다. 양말을 거꾸로 뒤집어 혹여 실밥으로 생채기가 날까 박음질 부분을 손톱가위로 말끔히 다듬었다. 발톱도 대회 최소 3~4일 전에 미리 깎아 두어야 한다. 별로 길지 않은 발톱도 오래 달릴 때는 발가락끼리 마찰되며 상처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마라톤 대회는 자동차 도로에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통통제가 필요한데 통상 5시간 차량통행이 제한된다. 5시간 내에 완주해야 하고, 이후에는 인도로 달려야 한다. 인파와 신호등도 마주쳐야 한다. 마라톤 완주를 위해서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계획하고 수시로 확인하며 달려야 한다. 마라톤 대회에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골인 목표기록이 적힌 풍선을 달고 일정한 속도로 달려 참가자들의 페이스 조절을 돕는 마라톤 베테랑들이다. 3시간 30분이라고 쓰인 풍선을 단 페이스 메이커를 놓치지 않고 쫓아가면 3시 30분에 완주할 수 있다.
평소에는 GPS가 내장된 스마트폰이나 시계를 이용하여 페이스를 계획하고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함께 스마트워치가 보급되면서 GPS 장치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첫 GPS 워치로 Apple Watch를 사용했다, 이전까지는 스마트폰의 GPS 어플을 이용했지만 시계를 사용하니 나름대로 편한 점이 많았다. 우선 핸드폰을 들고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다. 달리면서 스피드나 페이스를 확인할 때도 핸드폰보다는 시계를 보는 편이 훨씬 편하다. 이외에도 구간속도, 거리, 케이던스(cadance, 분당 보행수) 등 달리기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일 년 정도 사용 후 처분했다. 배터리 사용시간이 길지 않고 무엇보다도 무겁게 느껴졌다. 이는 다른 GPS 워치를 착용해 보고 알았다. 애플워치는 다른 달리기 전용 GPS워치에 비하면 훨씬 무겁고 배터리가 오래가지 못한다. 평상시에도 1시간 남짓 달리기 때문에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달리는 동안 핸드폰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사실 불안했다. 그 사이 급한 전화가 걸려올 일도 별로 없지만 핸드폰 없이 1시간 이상 생활한다는 게 어색하고 불편했다. 결국 애플워치에 익숙해질 즈음 처분하고 핸드폰 어플을 한참 사용하다 가장 기본 기능만 장착한 Garmin 제품을 구매했다. 훨씬 가볍고 오래가는 배터리는 애플워치가 있는 러너들에게도 지갑을 열게 만든다.
야외 달리기에서 모자는 필수다. 규칙적으로 달리게 된 후로는 달리기 전용모자, 러닝캡을 사용한다. 야구모자는 땀흡수가 안되고 젖으면 무겁다. 마르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러닝캡은 집에도 두고 직장에도 두어 언제고 달릴 수 있도록 준비한다.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주고 추운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러닝캡으로 검색하면 다양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습한 속건기능으로 땀이 잘 배출되고 용이하고 빠르게 건조되는 소재가 좋다. 더운 날에는 모자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많이 나는데 여러 개 준비하여 세탁 후 번갈아 착용하면 편리하다. 빠르게 마르기 때문에 샤워하면서 샴푸로 헹구어 널면 다음 날 착용에 문제없다. 러닝캡은 대부분 머리 사이즈 조절을 위해 벨크로나 버클이 달려있다. 벨크로 모자를 다른 빨래와 함께 세탁기에 돌리고 나면 미끼를 문 생선처럼 모자가 옷감을 물고 나온다. 양말, 속옷, 셔츠 그중 월척은 맘먹고 대회에 입으려고 구입한 달리기 전용 티셔츠이다. 벨크로와 혼연일체로 한 몸이 된 티셔츠를 정밀한 힘 조절로 분리에 성공했지만 옷감이 상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그 후로 모자는 반드시 빨래망에 넣는다.
이렇게 풀코스 첫 대회 준비를 위한 준비를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