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상훈 Nov 20. 2024

이제, 슬로우 러닝

풀코스를 완주하는 슬로우 러닝의 힘

달리는 인간은 빨리 뛰고 싶어 한다. 애초 기록단축이 목표가 아니었던 러너들도 달리다 보면 시계를 들어 기록을 확인한다. 그러나 오래 멀리 달리기 위해 기록보다 염두에 둘 것이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빠르게 달릴수록 운동 효과가 더 크고 건강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엄청난 땀을 흘리며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달릴 필요는 없다. 옆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하면 달리는 정도의 페이스와 웃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편한 강도로도 충분히 내 몸을 자극하며 건강하게 다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이른바 슬로우(slow) 러닝이다. 슬로우 러닝이란 빠르지 않은 속도로 편안하게 달리는 것을 말한다. 슬로우 러닝은 어느 정도 스피드의 달리기일까? 슬로우 러닝을 규정하는 속도나 강도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심박수나 속도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스포츠 과학자들은 달리기 속도를 5~6개의 구간(zone)으로 구분한다. 조용한 실내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말할 수 있다면 zone 1에 해당한다. 이보다 숨은 가쁘지만 여전히 말하는 것이 가능하면 zone 2에 있다고 보면 된다. 만약 이때 전화가 걸러온다면 상대방은 당신이 달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다. zone 3부터는 숨이 차 대화가 힘들어지는 페이스이다. 묻는 말에 예, 아니오 정도만 답할 수 있다면 zone 4 이상이다. 슬로우 러닝은 zone 2에 해당한다. 이는 자신의 최대 노력을 100%로 할 때 약 40-50%의 편한 강도로 달리는 것을 포함하여 최대심박수의 약 65-70%에 해당한다. 이 페이스는 러너가 피로를 최소화하면서 더 긴 거리를 달릴 수 있게 하는 강도로 특히 달리기를 이제 막 시작했다면 이 기준을 따를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달리면 부상과 피로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엘리우드 킵초게 같은 세계적인 마라토너도 일주일에 3일 이상 자신의 훈련에 슬로우 러닝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슬로우 러닝을 하는 동안 심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줄어들지만 한번 뛸 때마다 많은 산소를 움직이는 근육 곳곳에 전달할 수 있어 목표한 달리기를 안전하고 편안하게 완주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저장된 지방을 주 연료로 사용하며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한다. 지방 한 분자에서 얻는 에너지가 탄수화물 한 분자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슬로우 러닝은 연비를 높이고 피로감은 줄여 속도를 높여 가속해야 하는 구간에서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한다. 


슬로우 러닝과 관련한 재밌는 연구가 있다. 덴마크에서 1,098명의 러너와 3,950명의 달리지 않은 사람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러닝 스피드, 양, 빈도에 따라 보정된 러닝의 양과 사망률 사이에 U자 모양의 연관성이 있었다. 즉, 가볍고 적당한 속도로 달리는 사람은 하지 않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은 반면, 빠른 스피드로 격렬한 러닝을 하는 사람의 사망률은 러닝을 하지 않는 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슬로우 러닝을 실천한 그룹의 수명이 가장 길었고 빠른 러닝을 실시한 집단은 운동하지 않는 그룹과 비슷한 정도의 사망률을 나타냈다(Schnohr, 등 2015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65(5), 411–419.). 물론 이후에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편안한 페이스로 무리하지 않고 목표한 달리기를 마무리함으로써 달리기 자체를 즐기고 자존감을 높여 달리기를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다. 


슬로우 러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앞질러가는 러너를 부러워하거나
경쟁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달리기가 익숙해져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게 되면 주변 러너의 스피드를 의식하게 된다. 인생에 있어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말은 오래 멀리 달리고 싶은 러너들에게도 유효하다. 느린 달리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내가 정한 방향으로 꾸준히 가면 된다. 스피드는 필요 없다. 다른 사람이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에 집중하는 대신, 내 몸과 마음에 집중하고 달린 후 느껴지는 기분을 그저 즐기면 된다. 아무리 느리게 달렸더라도 목표한 거리를 안전하게 완주했다는 사실을 자축하라! 느리지만 일관성 있는 러닝이 중요하다. 느리게 달려도 내 혈관과 근육은 튼튼해지고 체력은 향상되며 달리기는 더욱 즐거워진다. 


slow and steady!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No pain Yes gain.
고통 없는 달리기도 유익하다. 

작가의 이전글 착지보다 더 중요한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