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먼저였지만, 글이 뒤쳐진 적은 없었다.
현실이 아무리 빡빡해도, 글은 내 안 어딘가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가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모임이 불가능하게 됐다.
그로 인해 온라인 모임이 활성화되었는데, 나는 그것이 오히려 좋았다.
낯을 가리는 나에게는 대면보다 비대면이 편했다. 낯선 사람들과 마주 앉아야 하는 부담도,
말 한마디로 나를 설명해야 하는 어색함도 없었다.
비대면은 나를 방어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한 공간이었다.
한 번 시작하기가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여러 글쓰기 모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어떤 모임은 매일 아침 주제를 받았다. 그날의 감정에 따라 짧게 쓰기도,
길게 토해내기도 했다.
댓글로 이어지는 대화는 또 다른 글쓰기가 되었다.
그게 나에겐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더 나아가 30일 동안 매일 글쓰기를 마친 뒤 나만의 책자를 만들어 주는
모임도 참여했다. 결과물이 책으로 나온다는 것은 엄청난 뿌듯함을 안겨주었다.
마치 출간을 한 것 같은 벅차오름이었다.
이어 2022년 말에는 인터뷰 캠프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뷰 형식의 글을 쓰고
모음집을 받았다. 나의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어서 뜻깊었다.
병원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 때도 글은 큰 도움이 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분이 다운되었을 때도 사람들이 내 글에 달아주는 따뜻한 댓글을 보면
기분에 꽃이 피었다.
매일 주어지는 주제에 답을 하며 내게 집중할 수 있어서, 묵은 감정을 글로 털어낼 수 있어서
치유의 효과도 있었다.
글은 언제나 옆에 있는 존재였고 끊이지 않는 진로 고민에서 잠시 해방시켜주는 끈이기도 했다.
글과 연결되어 있을 때 나는 조금 더 나다워졌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서건, 그래도 나는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