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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삶이 글에 준 여유

by 세성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3개월 동안 동료 한 명이 그만두면서 업무 강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환자는 많이 들어와 병상이 가득 차는 '풀 베드(Full Bed)'상황이 이어졌다.

그 3개월 동안 수선생님과 나는 정신없이 병동을 오가며,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안에 떨었다.


그리고, 2025년 3월, 마침내 새로운 동료들이 합류했. 간호사도 들어오고 방사선사도 들어왔다.

완전한 팀이 되었다. 나는 그제 한시름 놓았다. 정신없이 달린 3개월 끝에 드디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발등의 통증조차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저 살았다는 안도감만이 가득했다.


고생 끝에 꿀맛같은 보상이 찾아왔. 신규들을 교육하는 약 한 달의 기간을 지나니 내게도

여유라는 것이 생겼다. 업무 부담이 줄어드니 발등의 통증이 사라지고,

룩거리던 걸음걸이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1년이 지나면 병원 직원들과 서로 얼굴과 이름을 익히고 편안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수선생님조차 나를 인정하고 칭찬하며, 존중해주셨다.

성실하고 예의바르며 유쾌한 후배들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 속에 일할 수 있었다.


업무 환경이 안정되니 다시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솟아났다. 들뜨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일을 벌렸다.

매일 글쓰기 미션, 7주 7편 에세이 쓰기, 6주 책쓰기, 미뤄두었던 브런치 글 쓰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믿기지 않을만큼 스트레스 없는 일상이 찾아왔다.


마음껏 글쓰기를 즐기며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직장 스트레스, 가족과의 불화(완전히 해결된 것 아니지만), 혼자라는 공허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행복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비로소 깨달았다. 안정된 환경은 내게 시간적 여유를 주었고, 그 여유가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허락했다.

여유는 그렇게 다시 글과 나를 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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