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오랜 꿈은 작가였다.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작가도, 글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아닌 여전한 간호사이다.
간호사이면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글쓰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다.
예전엔 꿈을 이루려면 꼭 직업으로 삼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틀린 말은 아니다. 꿈은 결국 이루기 위해 존재하니까. 하지만 지금 나는, 마치 작가가 된 것처럼 행복하다.
궁극적인 목표인 ‘자아실현’을 간호사라는 직업 통해 이뤘고 글 쓰기 또한 내게서 멀어지지 않았으니 이만하면 만족스러운 삶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작가라는 꿈을 위해 나름대로 치열하게 달려왔다. 끄적이듯 글을 쓰고, 글쓰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 안에서 좌절도 맛보았다. 내 글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글을 다듬어주고 싶어 기웃거리기도 했다. 100% 노력하지는 못했지만 내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가까이 가려고 애썼다.
그래서 늘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과 진짜 바라는 일 사이에서 방황했다. 흔들리고 무너지고 또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늘 뭔가 부족했고 불만족스러웠다. 간호사로서의 방향성도 잡지 못해서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항상 괴로웠고 외로웠다. 이대로 고단한 삶을 지속하는 것이 싫어질 때도 많았다.
이제는 누군가 했던 말의 뜻을 공감한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거다’, ‘존버는 승리한다’, ‘고진감래’.
그 모든 말이 허황된 말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그럼에도 글을 써왔고 간호사로 살아왔다. 그랬기 때문에 경험치가 쌓였다. 사회에서 내 능력으로 인정 받는 사람이 되었고 몸도 마음도 평안한 삶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글쓰기라는 취미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됐다.
내 인생은 결코 이렇게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다 잘 안될거야’ 하고 삶을 포기하듯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런 날이 왔다. 모든 것을 다 가지지 않았어도 가진 것 같은 벅찬 느낌, 몸을 감싸안는 듯한 따뜻한 일상.
삶은 완벽하지 않다. 완벽을 갈구하고 열망했던 내 삶은 구겨지고, 찢어지고, 땅바닥에 던져질 때도 있었다. 이제는 그 아픔들을 존중한다. 아팠기에 내가 존재하고, 쓰렸기에 지금의 안온함이 더욱 눈부시다.
간호사이면서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 그렇게 살아온 나를, 나는 지금 아주 많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