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잘 지냈어? 지금은 한가로운 오전이야. 나는 전에는 일정한 출근 시간이었는데
한 주는 오전근무, 한 주는 오후 근무로 바뀌면서 이렇게 출근하기 전에 글을 쓰고 있어.
모닝빵과 야채샐러드로 아침을 먹고 노트북을 켰지. 옆에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있어.
노란 커버가 덮힌 침대 매트리스 위에는 삼색이 고양이가 몸을 쭉 편 채 잠에 들어 있어.
교대근무를 참으로 오랜만에 해봐. 밤근무는 안 하고 두 시간대로만 하는데,
주단위로 바뀌어서 그리 불규칙하지는 않아서 좋아.
예전에는 오후 근무 전에 아무것도 못하고 잠만 잤었는데 이제는 마음에 여유가 생겼나봐.
일찍 일어나서 설거지도 하고 아침도 먹고 글도 쓰니까.
월세지만 아파트에 살고, 차도 있고 일적으로 연차도 쌓였어. 이제야 좀 어른이 된 것 같아. 하하.
이전 직장에서 밤근무를 하던 선생님이 내게 그러더라.
"선생님은 정말 어른스러운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뭔가 뿌듯하면서 기분이 좋더라고. 20대에는 너무 철이 든 것 같은 내가 싫었는데
지금은 과거의 내가 현재를 만든 것 같아서 참 좋아.
사실 어릴 때부터 난 좀 또래들과 달리 무슨 일에든 침착했어. 크게 당황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해야 하는 일을 했지.
할머니와 단 둘이 살았기 때문에 막연히 무거운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아.
'나는 할머니를 지켜야 해.' '나는 엄마아빠가 없으니까 어긋나면 안돼.'
뭐 이런 강박이 있었지.
내 감정에 무관심했고 남의 감정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어.
눈치도 많이 보고 매사 걱정이 많아서 늘 말을 조심스럽게 했었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 더 내성적이 되고 좋은 일이 있어도 들뜨지 못했어. 물론 슬퍼도 쉽게 울지 못했지.
정해진 규칙을 따르고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익숙했고 어기면 큰일이 나는 줄 알았어.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내게 쏟아지는 시선이 싫어서
한사코 튀지 않으려고 했던 것 같아.
어른들 눈에는 그런 내가 참 기특하고 어른스러워 보였나봐.
고3때 담임선생님이 그러셨어.
"세성이는 어린 데도 참 든든해."
그 말이 참 좋았어. 최근에 밤 근무 선생님한테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그런데 한때는 내가 아이답지 않게 자란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어.
나도 응석부리고 싶을 때가 있고 때론 규칙을 어기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더라.
그땐 나도 어렸는데 왜 그렇게 어른처럼 하려고 노력했는지 몰라.
그래서 난, 이 글을 읽고 있는 네가 어떤 것에든 부담을 느끼고 감정을 안으로
넣으려고 한다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나이답게 행동해도 아무도 뭐라하지 않으니까.
조금 더 편안해졌으면 좋겠어.
세상의 시선보다 자신의 마음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좋으면 좋다 말해도 되고 싫으면 싫다고 의사표현 해도 돼.
가끔은 무너져도 되는거야. 실수도 할 수 있는 거고.
어른도 그러니까.
짜증도 내보고 크게 웃어도 보고 싸울 일이 있으면 싸워도 보는 거지.
맛있는 걸 먹으며 흥이 올라 흥얼거리기도 하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냅다 소리도 질러봐.
우리 한 번 해보자. 당당해지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