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며

by 세성

새벽 4시 50분. 잠이 오지 않아서 글을 쓰고 있어.

창밖은 아직 어둡고, 나의 고양이 '나무'도 깨어서는 내 곁을 맴돌고 있네.

너는 곤히 자고 있겠지? 아니면, 나처럼 고민으로 뒤척이고 있을까?

사실 나는 어제 수간호사 선생님께 그만두고 싶다고 말씀드렸어.

출근 둘째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고민했거든.

이곳에서 계속 버텨야 할지, 아니면 떠나야 할지.

결국 결정을 내렸고 솔직하게 말씀드렸어.

동료들은 붙잡아주고 이해도 해주었어.

기분이 묘했지. 후련하면서도 앞으로의 길이 걱정되기도 했거든.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았어.

이미 여러 번 나를 증명했고,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혹시 또 실패한다 해도 좌절하지 않으려 해.

나는 30대가 되었어도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해.

어떻게 보면 불안정해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든 게 안정되는 건 아니더라.

그래서 네가 지금 시험 때문에 불안하거나, 대학•진로 문제로 답답하거나,

친구 관계나 가족 문제 때문에 힘들다 해도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야.

돌아보면 나는 늘 불안하고 예민했어.

간호사가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그저 암울하게만 느껴졌거든.

"이 길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 매일같이 고민했지.

그런데 지금 어때, 나 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지 않니?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묵묵히 해내며 경력을 쌓았고, 동료들이 함게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건 어쩌면 더 큰 성취가 아닐까 싶어.

이제는 그걸 인정해주고 싶어졌어.

그러니까 네가 혹시 원하는 길을 가지 못한다 해도 그게 끝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마.

시험을 망쳤다고, 원하는 과에 떨어졌다고 네 인생이 틀어지는 건 아니야.

어느 자리에서든 성실히, 겸손히 최선을 다한다면 너의 진가를 알아봐 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거야.

나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

'이 길이 아니었다면 내가 독립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조금 오래 걸렸지만, 결국 내게 주어진 길도 나를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걸

이제야 받아들이게 되었어.

오늘은 일출 시간이 5시 54분이래. 뭐 이렇게 빠르지? 여름엔 원래 이런가봐.

조금 있으면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겠지.

둥근 해가 텔레토비 동산의 아기 햇님처럼 떠오르며 너에게 말할거야.

"이건 너를 위한 빛이야! 오늘도 빛이 뿜뿜한 하루가 되길!"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04화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