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한 주동안 잘 있었어? 8월로 들어서면서 한여름이야.
날씨가 왔다갔다 하느라 피해를 입은 지역도 있다고 들었어. 네가 사는 곳은 괜찮았니?
비가 한 차례 쏟아지면 다시 폭염이 찾아오더라. 이럴 땐 건강부터 잘 챙겨야 해.
너의 여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니? 방학이라 신나게 놀고 있는지, 아니면 수능이 가까워져서
못 다한 공부를 채우고 있는지 궁금해. 어느 쪽이든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해.
내 고3 시절을 돌아보면, 솔직히 답답하고 아팠어.
공부에 대한 의욕은 바닥이었고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처럼 반항적이었지.
마음 한구석엔 늘 '열심히 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있었어.
가정환경도 내 마음 같지 않았고 다른 걱정거리들이 머릿속을 차지하니
공부는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어.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구체적인 계획도 없었어.
공부도 하기 싫고, 집에도 가기 싫고, 어른이 되는 건 더더욱 두렵고...
사라지고 싶었던 날도 많았어.
일기장을 펼치면 걱정과 불안, 부정적인 생각들뿐이었어.
집에 있으면 할머니의 통제에 답답했고, 학교에 있으면 정해진 규칙과 시간에 갇혀
늦게까지 한 공간에 있어야 했지. 어디에도 자유가 없었어.
그때 내 머릿속은 소용돌이처럼 복잡해서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었어.
그렇게 지내다 보니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결국 유일하게 합격한 간호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어.
졸업식 전날, 할머니와 진학 문제로 크게 다투고도 억지로 졸업식에 갔던 기억이 나.
내 고등학교 3학년은 무기력과 어둠이 가득했던 시간으로 남아 있어.
너의 마지막 학창시절은 어떠니? 혹시 나처럼 앞이 보이지 않아 불안하니?
그렇다고 해도, 그 마음이 네 인생의 전부는 아니야.
나도 그때는 어른이 된다는 게 두려웠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원하는 길로 가지 못했다고 해서
인생 전체가 틀린 건 아니더라. 그러니 혹시 모든 게 지쳐서 포기하고 싶더라도,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라. 그 마음조차 너의 일부니까.
하루씩만 지나가다 보면 언젠가 숨이 트이는 날이 오게 되어 있어.
그러니, 조금만 버티자.
끝은 반드시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