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즘 뭐 하고 지내?
오늘따라 불과 3년 전 ‘행복’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던 내가 생각났어.
그러다 혹시 삶이 벅차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안부를 묻고 싶었어.
이 편지는 바로 너를 위한 이야기니까.
일단 나는 백수야! 다니던 병원이 문을 닫아서 지금은 잠깐 쉬는 중이지.
작년부터 생각만 하던 ‘정신과 간호사’에 도전해 보려고 정신병동에 출근했는데… 하루 만에 그만 뒀어.
자랑은 아니지만, 제발 따라 하지는 마.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라고. 돌봐야 할 환자 수도 많고, 인계 시간도 너무 길었어.
예전에 요양병원 세 군데를 다녀보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시스템이 요양병원과 비슷해서 좀 버거웠어.
그래도 면접은 다시 봤고, 다음 주 화요일부터 새로 출근할 거야.
나는 늘 쉬는 시기마다 간호사를 그만두고 싶어 애썼던 것 같아. 제대로 쉰 적이 거의 없었지.
마음은 늘 불안하고 우울했고, 미래는 깜깜했어.
사실,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 루틴이 무너지니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더라.
그래도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게 있어.
이젠 곁에 사람이 있어. 전 직장 동료들과도 계속 연락하고, 내 상황이나 감정을 솔직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어.
전 병원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고민하기도 해.
그 덕분에 예전보단 덜 무섭고, 덜 외로워.
이렇게 글도 쓸 정신이 생겼으니까.
너의 여름은 어때? 오늘도 그저 그런 하루였어? 아니면 조금은 특별했어?
혹시 햇빛이 괜히 거슬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진 않았어?
나는 그동안 내게 오는 애정이 너무 부족해서 다른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어.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를 위로할 준비가 조금은 된 것 같아.
내가 느낀 “살아있으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라는 감정을 너에게도 전해주고 싶어.
건방진 자랑도 아니고 교훈을 주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네 마음에 조심스레 연고를 발라주고 싶은 마음이야.
곪은 상처 위에 새살이 솔솔 돋아날 수 있도록 말이야.
지금 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일을 안 하고 있어도, 침대에서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돼.
그냥 그대로 이 편지를 읽어도 충분해.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만 느껴줘도 좋아.
앞으로 이어지는 편지글을 읽고 과거를 떠올릴 수도 있고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을 공감할 수도 있을거야.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토대로 너에게 진심을 담은 위로와 조언을 건네고 싶어.
사이 사이에는 생생한 나의 옛이야기도 들어 있으니까 기대해도 좋아!
그럼, 내 이야기 속으로 천천히 들어와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