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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Jan 14. 2024

7.가창이 끝나고

왜 귀엽잖아

 '그리운 강남'


음악시간. 가창 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평가기준을 설명했다.

이윽고 번호순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민은 뭐가 그렇게 웃긴지 혹은 부끄러운지, 아니면 힘든건지 몇 소절을 겨우겨우 작게 부르고는 웃고 또 웃다가 오랜시간에 거쳐 노래를 마쳤다.

내 차례가 되자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섰다. 음이탈이 나면 어쩌지 걱정했지만 높게 불렀음에도 다행히 잘 넘어갔다. 얼굴이 빨개진 혜지를 마지막으로 가창 수행평가가 끝이 났다. 나는 90점을 받았다.



"아까 너 노래 부를 때 남자 애들이 무슨 말 하더라?"



음악시간이 끝나고 음악실을 빠져나가 교실로 향하는데, 금이가 내게 말했다. 나는 궁금증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말? 무슨 말인데? 알려줘~"



"아니 유건이랑 걔네들이 너 노래 부르는 거 보면서 뭐라고 뭐라고 했는데 그거 듣고 해민이가."



"응."



"왜 귀엽잖아. 이랬어. 그랬더니 여자애들이 뒤 돌아봤어."



"뭐?"



"근데 너한테 한 소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그럼 그 애들이 뭐라고 했는데 그 말을 한거야?"



"듣긴 들었는데 까먹었어. 내 생각에는 너한테 한 말 맞는거 같아."



무슨 말을 했길래 해민이 그렇게 말했는지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기에 미궁속으로 빠지는 말이었다. 나에게 한 말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말. 그러나 나를 향한 말일 가능성이 높은 말.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전혀 몰랐던 상황이었다.


아, 해민이랑 어쩌다가 네 얘기가 나왔는데 걔가 이러더라? '걔 귀엽게 생겼던데.'


해민이 나를 처음으로 언급했던 말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실해졌다. 내게 한 말이 맞다는 것을.

흔들렸다. 내 마음은 한 번 한 번 그 애가 말을 할 때마다 세차게 흔들리고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더 혼란스러웠다.






만약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긍정 혹은 부정 둘 중 하나를 확실하게 말했다면 그 애는 다른 여자앨 만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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