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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Jan 21. 2024

9.여자의 말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생활은 일상적으로 흘러갔다. 소식을 알게 된 후 4일이 지났고 나와 해민 사이에 이벤트는 없었다.

그저 해민과 희안의 모습을 신경쓰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만 변했을 뿐이었다. 마음을 인정하게 되자 괜스레 자존심이 상했다. 그렇게 괴롭히기만 했고, 그래서 싫어졌던 애를 몇 마디 던진 말들 때문에 좋아하게 됐다는 게 싫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혼자 속앓이하고 아무 말 하지 않으면서 온갖 신경은 다 쓰는 것밖에.







5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화장실에서 같이 손을 씻고 있던 금이가 말했다.



"두리야 아까 내가 점심 시간 되기 전에 들었는데 손씻으면서 ..."



"응? 금이야 뭐라고? 뭐? 다시 말해봐."



뒷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내가 금이에게 귀를 기울였다.



"어. 희안이가 '해민이 두리 좋아한대.'라고 말했어."



"뭐?"



"그러니까 연희가 '설마.' 이랬는데 희안이가 '아니야. 저번에 그렇게 말했어.' 이랬어."



"그걸 해민이가 희안이한테 말한거야?"



"그건 모르겠어."



잊을만 하면 제3자를 통해서 듣는 해민의 말. 마음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희안과 해민이 사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생각했던 모든 가능성 중 하나가 뽑히는 순간이었다.


세 번째. 쓰레기 같은 마음을 가진 해민 자신의 마음 때문이었다.




방과 후 터미널.



금이에게 들었던 말이 계속 떠올라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하교를 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염아와 함께 터미널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학교가 끝나고 터미널엔 우리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애들이 많기에 누구든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니나다를까,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을 맞닥뜨리고야 말았다.


염아와 내가 터미널에서 나왔을때 그들은 터미널을 향해 걸어오는 중이었다.

유건을 지나치고 해민과 마주쳤다. 그리고.



"두리야, 안녕!"



손까지 들어서 내게 인사를 하는 그. 물론 정해민이었다.

그 순간 정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끝내 인사를 하지 않은 채 그 앨 쳐다보기만 했다.

해민의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을 뒤로 한 채 갈 길을 갔다.


해민은 희안과 사귀고 있음에도 내게 말을 걸었고 관심을 표현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사실이 나를 더 들뜨게 했다.





쓰레기 같은 마음이 답이었다는 걸 몰랐던 그때의 나는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하고야 만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엔 인사를 꼭 받아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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