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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Jan 28. 2024

11. 야영

전환점

어느덧 1학기가 지나고 2학기가 시작됐다. 그사이 해민과 희안, 유건과 연희가 헤어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해민과 희안의 헤어짐과는 상관없이 그 애와 내 사이의 진전은 없었다.

나를 두고 다른 여자애와 사귄 해민을 향한 배신감, 야속함이 기저에 깔린 마음은 상처와 기대로 둘러싸였다.

나는 그런 마음을 티 내지 않고, 그 애는 여전히 나를 괴롭히기만 하는 지지부진한 시간의 지속이었다.


방학이라는 큰 간격으로 상처와 기대도 옅어져 갈 무렵, 전혀 예상하지 못 한 인물과의 관계가 시작되었다.






교복을 춘추복으로 입을 시기, 우리는 야영을 가게 되었다.




야영 둘째 날.



야외 훈련을 하기 위해 안전모를 쓰고 장갑을 끼고 밖으로 모였다.

어기적 어기적 나온 아이들을 확인한 선생님은 남녀 1줄씩 서서 2줄로 만든 후  옆에 있는 사람과 어깨동무를 하라고 했다.


옆에 있는 짝을 찾고 보니 내 옆은 유건이었다.



"어. 두리네."



유건이 날 보고 말하더니 내 어깨에 팔을 얹었다. 나도 유건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불편했다. 키차이가 좀 났다.

앉았다 일어났다를 두어 번 한 후 어색해서 둘 다 천천히 어깨를 내렸다.


이윽고 긴 그물다리를 탔다. 그물다리의 길이는 꽤나 길며 다리는 유연성이 좋아 흔들흔들거렸다.


내 차례가 되고 내 뒤에는 연희가 따라왔다. 조심조심 한 걸음씩 걷고 있는데 중간쯤 갔을까,

갑자기 먼저 갔던 유건이 앞에서 다리를 막 흔들었다.

아마도 날 노린 듯하다.



"떨어져라~떨어져라~"



"으아앙~"


솔직히 그때 난 겁을 좀 먹었기 때문에 우는 시늉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 마아~!"



"두리야 떨어져. 떨어져!"



유건은 웃으며 다리를 계속 흔들다가 밑으로 내려가고 나는 2/3 정도를 걷고 있었다. 그때 유건이 말했다.



"두리야, 밑에 한 번 봐봐."



"싫어어~!"



유건이 날 언제부터 편하게 생각했을까. 이런 장난까지 치고. 좀 이상했지만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같은 날, 저녁



훈련이 끝나고 쉬다가 미니올림픽을 했다. 이름에 올림픽을 붙였지만 그냥 다 같이 할 수 있는 간단한 게임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A4용지와 펜을 나눠주더니 종이를 접고 접고 계속 접어서 네모 칸을 만들라고 한다.

그다음은 맨 처음칸에 이름. 전화번호. 장래희망을 적고 다른 사람과 바꿔서 그 사람은 내 것에 자기 이름, 전화번호, 장래희망을 적고 나도 적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아무 하고나 하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선배, 후배, 같은 학년 동성친구... 그러다가 이성하고만하라고 한다.


"두리야."


마음은 급하고 할 사람이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는데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다.

정해민이다.


놀란 마음도 잠시였다. 뭐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아니었기에 대충 써주었다.


해민과 종이를 교환하고 또 돌아다니다 유건과 눈이 마주쳤다.  유건과 나는 말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종이를 바꾸었다. 그렇게 쓴 것을 가지고 빙고를 했다.





내게 장난을 치기 시작한 유건과의 에피소드는 야영이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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