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성 Feb 03. 2024

12.다른 남자(1)

친밀감

야영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와 학교 생활을 이어갔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시간이 지났다. 짧고 굵던 인기는 잎이 떨어지자마자 시들해졌다. 나무들이 월동 준비를 하려 시들해진 잎을 소리 없이 떨어뜨리는, 늦가을이었다.






4교시가 끝나고 아이들이 벌떼처럼 달려든 급식실은 여느 때처럼 시끄러웠다. 느린 걸음으로 앞 사람을 따라 걷다 보면 스테인리스 식판이 오른쪽에 보이고, 두 주먹은 넘게 통에 담아 있는 수저와 젓가락이 보인다.



"두리야 안녕."



식판을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유건이 인사를 건넸다. 나는 놀라서 쳐다봤다.

야영 이후로 간간이 말을 주고 받기만 했었는데 인사를 한 건 처음이다.


그리고 며칠 후.



"두리야 안녕."



우연히 옆에 서게 된 유건이 또 인사를 한다.



"안녕."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친하지도 않으면서 친한 척해."


옆에 있던 도권이 말했다. 그러자 유건이 대답한다.



"두리랑 나 친하다고야. 엄청 친해."



"친해?"



도권의 물음에 나는 웃으며 끄덕거렸다.



"맞지? 엄청 친하다고."



"친하지."



해민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화에 낀다.



그리고 3일 후.




"두리야 안녕."



금이와 염아 뒤에 걷던 내게 유건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뒤에 있던 그의 인기척을 느낀 나는 깜짝 놀라서 웃으며 작게 말했다.



"으...으응."



유건은 평균 이틀에 한 번 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야영 때부터 시작된 그 애의 행동에 흔들리기 시작한 나는 그 애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내 마음도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애를 좋아하지 않으려고.

이전 12화 11. 야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