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나는 이혼가정 자녀다
02화
괜찮지?
괜찮을 줄 알았다
by
세성
Sep 11. 2024
그날, 어떤 어른이라도 내게 부모의 이혼을 좀 더 길게 차분히 설명해 줬더라면 지금의 난 달라졌을까.
빗장을 가르는 서운함과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는 처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둘은 성격차이로 헤어졌다고 한다. 그 흔한 이혼사유. 내가 많이 큰 후에 조용히 들은 사실을 나는 믿고 있다. 다른 내막은 전부 믿지 않지만 그 이유만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이유다. 내가 그 두 가지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려보건대, 친모는 약간은 차갑고 시크하며 야망 있는 사람이고 아빤 내향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안 맞았을 듯하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흐릿하다.
언제인지는 명확하다.
초등학교 2학년 봄에서 여름 사이 어느 일요일.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을 아빠가 수화기 너머로 내게 말했다.
[괜찮지?]
그것이 상처의 시작이라면 시작일 거다.
가슴에 콕 박힌 그 말.
내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유를 알아버린 날
들은 아빠의 첫마디.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고, 돌이 지나자마자 할머니는 날 집으로 데려왔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태어난 지 1년이 되던 해 00리의 몇 없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종잇장이 손가락 가장자리를 쓸고 지나가듯,
배신감과 충격에 온몸이 쓰렸다.
그런 내게 아빠는 '
미안하다'가 아닌 '괜찮지?'라는 말로 내 감정을 결론지었다.
나는 괜찮아야만 했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
나는 이혼가정의 자녀였으며 엄마는 죽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혼으로 내게 온 첫 번째 상처는 그 '말'이었다.
그 말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keyword
이혼사유
이혼
부모
Brunch Book
나는 이혼가정 자녀다
01
엄마는 죽었다
02
괜찮지?
03
마냥 즐거웠던 명절
04
세상에 혼자 남겨질까 봐
05
밝았던 시절
나는 이혼가정 자녀다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16화)
17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세성
작은 병원에 다니는 간호사입니다. 1달에 1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 받아요. 유일한 환기 창이 글쓰기입니다.
구독자
34
구독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이전 01화
엄마는 죽었다
마냥 즐거웠던 명절
다음 0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