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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성 Sep 11. 2024

괜찮지?

괜찮을 줄 알았다

그날, 어떤 어른이라도 내게 부모의 이혼을 좀 더 길게 차분히 설명해 줬더라면 지금의 난 달라졌을까.

빗장을 가르는 서운함과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는 처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둘은 성격차이로 헤어졌다고 한다. 그 흔한 이혼사유. 내가 많이 큰 후에 조용히 들은 사실을 나는 믿고 있다. 다른 내막은 전부 믿지 않지만 그 이유만은 사실이라고 믿는다.

단순한 이유다. 내가 그 두 가지 면모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려보건대, 친모는 약간은 차갑고 시크하며 야망 있는 사람이고 아빤 내향적이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 안 맞았을 듯하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흐릿하다.

언제인지는 명확하다.

초등학교 2학년 봄에서 여름 사이 어느 일요일.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들었을 아빠가 수화기 너머로 내게 말했다.


[괜찮지?]


그것이 상처의 시작이라면 시작일 거다.

가슴에 콕 박힌 그 말.

내가 할머니와 살고 있는 이유를 알아버린 날 들은 아빠의 첫마디.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고, 돌이 지나자마자 할머니는 날 집으로 데려왔다.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태어난 지 1년이 되던 해 00리의 몇 없는 어린아이가 되었다.


종잇장이 손가락 가장자리를 쓸고 지나가듯, 배신감과  충격에 온몸이 쓰렸다.

그런 내게 아빠는 '미안하다'가 아닌 '괜찮지?'라는 말로 내 감정을 결론지었다.

나는 괜찮아야만 했다.

나만 몰랐던 이야기.

나는 이혼가정의 자녀였으며 엄마는 죽지 않았다.






두 사람의 이혼으로 내게 온 첫 번째 상처는 그 '말'이었다.

그 말 앞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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