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 대만어?

by 티아

가끔 내게 대만 사람들이 중국어를 쓰는지 광둥어를 쓰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그럴 때면 간단하게 중국어를 쓴다고 대답하긴 하는데, 사실 대만에서는 중국어, 대만어, 객가어 등이 혼용되어 쓰이고 있다. 대만에 오기 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대만어를 쓴다고 생각해서 내가 직접 쓰거나 들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월세를 내는 날 바로 대만어를 들을 수 있었다.


은행 계좌가 없고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처음 몇 달은 경비 아저씨에게 월세를 냈다. 그럴 때면 아저씨가 난감한 표정을 지어서 최대한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예의를 갖췄는데, 그러면 아저씨는 웃으며 “부훼이(不會), 부훼이”라고 말했다. 그게 내가 처음 들은 대만어였다. ‘천만에, 괜찮아’라는 의미로, 중국어 ‘부훼이(不會)’와는 뜻이 완전히 달랐다.


대만 지하철에서, 기차에서 중국어, 영어, 대만어, 객가어 순서로 안내방송이 나오는 걸 들을 때마다 대만에 얼마나 다양한 언어가 혼재하고 있는지를 느낀다. 타이베이 등 북부 지역에서는 주로 어르신들이 대만어를 쓰지만, 장화, 타이난, 가오슝 등 남부 지역으로 가면 젊은 사람들도 대만어를 섞어가며 대화한다. 대만어를 하진 못해도 알아들을 수 있는 경우도 많은데, 집 안에서 대만어를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2009년 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만 사람 80퍼센트가 대만어를 할 줄 안다고 한다. 십여 년 전 통계라 지금은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대만어를 할 수 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어와 대만어가 사투리를 넘어 거의 별개의 언어라는 걸 감안하면 상당히 놀라운 수치다.


대만에서 대만어(민난어)가 자리 잡게 된 것은, 청나라 때 중국 대륙에서 대만으로 넘어온 사람들이 대부분 민난 지역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어가 공식 언어가 된 것은 국민당이 대만을 지배하면서부터이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대만 생활 일 년 동안 대만어 몇 마디를 익혔다. 부훼이(不會, 천만에), 헤야(嘿呀, 맞아), 파이세(歹勢, 미안해), 쇼쇼(秀秀, 토닥토닥) 등인데, 살면서 부딪히며 배웠던 말이라 그런지 같은 의미의 중국어와 비교할 때 오히려 대만어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특히 ‘천만에’만큼은 ‘부훼이’가 아주 입에 붙어버려서 중국어를 쓴 일이 거의 없었다.


한 번은 대만 친구에게 민소매가 중국어로 뭔지 물었더니 친구가 “중국어로는 몰라”라고 말했다. 대만어로는 ‘띠아오까’라고 하는데, 늘 ‘띠아오까’라고만 말했기 때문에 중국어로는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친구의 모국어는 중국어일까, 대만어일까? 대만어는 생각보다 대만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당신도 어느 대만 영화, 대만 드라마에서 스쳐가듯 대만어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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