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소울푸드, 훠궈

by 티아

대만에서 의외로 많이 먹은 음식이 훠궈였다. 로컬 음식인 루로우판(魯肉飯, 돼지고기 덮밥), 지로우판(雞肉飯, 닭고기 덮밥), 삐엔땅(便當, 도시락) 등도 자주 먹었지만 대만 생활 후반부로 갈수록 간장 베이스에 기름기가 많은 대만 음식에 물려 일주일에 한 번은 훠궈를 먹었다.


왜 하필 훠궈였는가? 생각해보면 따뜻한 국물 음식이 당겨서였다. 대만뿐 아니라 외국에 나가면 버너에 끓이며 먹는 음식이나 뚝배기에 혀가 데일 듯 뜨거운 국물이 담겨 나오는 음식을 찾기가 어렵다. 평소에는 자주 먹지 않지만 외국생활이 길어지면 어쩐지 뜨끈한 설렁탕을 후후 불어가며 깍두기를 올려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마음을 대만에서 훠궈가 그럭저럭 채워주었던 것이다. 물론 훠궈는 국물보다는 그 국물에 익혀 먹는 재료가 핵심이지만, 그래도 훠궈를 먹으면 몸에서 훈기가 돌아서 개운하다, 시원하다 하는 한국인 특유의 제3의 미각을 느낄 수 있었다.


훠궈를 즐겨 먹었던 또 다른 이유는 가성비와 낮은 실패 확률 때문이었다. 대만에서 훠궈는 일인분에 만 원 정도로, 우리나라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다. 그러면서도 고기, 채소, 밥, 면 등을 골고루 먹을 수 있고, 아이스크림이나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 곳도 많다. 게으름을 피우다가 오후가 되어서야 첫 끼를 먹는 날에도 훠궈는 좋은 선택이 되었다. 그런 날엔 평일 런치 가격이 230원(한화 약 9천 원)인 뷔페 훠궈집에 가서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경험상 훠궈는 어느 집을 가도 맛이 보통은 되었다. 주제넘은 추측인진 모르지만 아주 맛없게 만들기도 쉽지 않은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훠궈는 혼자 먹으면 혼자 먹는 대로 맛있고, 여럿이 먹으면 여럿이 먹는 대로 맛있다. 그럼에도 훠궈를 먹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면, 명절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같은 냄비를 공유하며 서로를 챙겨가며 먹는 모습일 것 같다. 나 역시도 친구들과 근교 여행을 다녀올 때면 저녁밥으로 훠궈를 먹곤 했는데, 피곤하지만 즐거웠던 하루를 다 같이 마무리하기에 훠궈만한 음식이 없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국자와 집게를 왔다 갔다 하며 못 다한 이야기를 푸는 것이다.


한편 훠궈를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같이 먹는 것도 아닌 날도 있었다. 집 근처 훠궈집에서 두 번 연속 모르는 사람과 합석을 하게 된 사연인데, 합석 상대가 두 번 다 커플이었다. 지금껏 경험한 혼밥 난이도 중 최강이었다. 우육면이나 쌀국수였다면 후루룩 먹고 일어났을 텐데 훠궈는 그럴 수도 없고 그저 태연한 척, 무심한 척 채소와 고기를 익힐 뿐이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이상 맞은편 사람들의 분위기가 공유되는 것도 난감했는데, 첫 번째 커플은 어색할 정도로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고 두 번째 커플은 거북스러울 정도로 스킨십이 진했다. 밥맛을 떨어뜨려놓았다는 점에서 더 나쁜 합석 상대는 두 번째 커플이었다. 훠궈를 먹는 가장 어색한 방법은 모르는 커플과 마주앉아 먹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짱무야(薑母鴨)라는 대만식 훠궈도 추천하고 싶다. 짱무야는 생강과 오리고기, 술을 끓여 만든 육수에 훠궈처럼 각종 재료를 넣어 익혀 먹는 음식이다. (육수에서 술은 뺄 수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겨울 보양식이지만, 나는 8월에도 이열치열 정신으로 아주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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