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2학년 때 SBS에서는 <조강지처 클럽>이란 드라마를 방영했었다. 그 드라마엔 손현주라는 배우가 출연을 했었는데 그 드라마가 방영하는 동안 나는 한참을 손현주라는 배우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손현주에 빠진 이유는 그 드라마에서 배우가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 찰나의 장면 때문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손현주라는 배우에게 빠져버리고 만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엄마 아빠는 당신들의 동년배 뻘인 배우를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놀리곤 하셨지만. 그 당시 나는 느린 우리 집 컴퓨터를 대신 해 PC방에 가서 그 장면을 연거푸 다시 보기를 할 정도로 진심이었다.
나는 우는 남자가 좋다. 속된 말로 질질 짜는 남자가 좋다. 눈물은 사람이 가진 진심의 집약체다. 사람들은 기뻐서, 슬퍼서, 서운해서, 억울해서,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 이놈의 세상은 정말이지 눈물을 흘리지 않고선 못 배기는 일 투성이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나의 눈물을 들켜서는 안 된다. 눈물을 흘리는 그 즉시 세상에서 도태된 자로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적어도 내 앞에서만큼은 예외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우는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진심을 잘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특히나 일생 동안 세 번 울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이념에 묶여 눈물에 박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남자가 내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 이 얼마나 숭고한 눈물인가.
그러므로 나는 표정을 감추고, 입을 꾹 닫은 채 자신의 진심을 꽁꽁 숨기는 남자보단 일그러진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더라도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표현하는 남자가 더 좋다. 자신의 진심에 솔직한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순수한 사람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언제일지 알 수 없는 어느 때에 내가 그런 남자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의 뺨에 서린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보다 그와 같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내가 같이 흘리는 눈물이 그의 슬픔에 한 조각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존재가 되어줄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