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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은 Apr 08. 2024

집이 돼줄게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리 새로운 시간

반짝이는 호기심과 날뛰는 아드레날린 기분 좋은 긴장감

말을 하고 듣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 나라는 사람에겐 지금 당장 샴페인을 터뜨리고 축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자리

각자의 웃음이 폭죽처럼 터지고

아직 무르익지 않은 친분이 일렁이면

우리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서투른 결속감을 나누겠지

그리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선 고요히 잠들어 있던 마음에 은은한 서광이 비치듯 무릇 알 수 없는 풍요로움을 느끼겠지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어서 빨리 집에 가서 몸을 뉘일 생각을 하겠지

그리고 입고 있던 옷과 체면을 훌훌 벗어던지고 편한 파자마를 입은 채 나만의 시간을 가지길 고대하겠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자리 새로운 시간

그것들이 내게 주는 영향과 영감은 분명할지도 몰라

하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저마다의 냄새가 배인 집을 찾아 나설 수밖엔 없어

그렇기에 나는 집 같은 사람이 좋아

어떻게 보일까 빼입지 않고

후줄근한 티에 늘어난 파자마 바지를 입고서도

서로가 좋아하는 영화에 싸구려 맥주를 한 캔 마시며 나누는 웃음과 시시콜콜한 대화들

그렇기에 나는 집 같은 사랑이 좋아

내 곁을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돌고 돌아 결국엔 당신을 만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주는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만 보일 수 있는 날것의 마음과 얼굴

그렇기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꾸며내고 지어낼 수 있는 이 세상 속에서 적어도 사랑만큼은 솔직하고 진실되게 하고 싶어

내가 나일 때, 당신이 당신일 때에도 아무런 거리낌 없는-

무언가 굳이 보태고 더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빛이 나는 그런 사랑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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