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즈음 이혼을 했다.
5년간 부부로 지내며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고, 많은 부상을 입었다. 어떻게든 치료해 보려 부부상담도 받고 애써봤지만 결국 그 끝은 헤어짐이었다.
비록 전쟁 같았어도 그 속엔 사랑도, 행복도, 마침내 평화로운 결혼생활이 펼쳐질 거란 희망까지도 모두 함께 있었기 때문에 5년이란 긴 시간 고민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던 거 같다.
그에게 청혼을 한 것도, 이혼을 한 것도 내 선택이었으니 대체로 후회는 없지만
'그래, 잘한 결정이야!' 생각하면서도
'이게 정말 최선이었을까..?'
'내가 조금 더 현명했다면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의구심이 드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다.
아무리 상대의 부족을 탓해봐도 나의 잘못, 나의 부족함이 어떻게 없을 수 있겠나. 이혼을 함으로써 나의 결함도 같이 인정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부족했던 것만 생각나서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전) 남편의 잘못이라 생각했던 많은 부분에 나의 못남이 기여하고 있었고, 내가 조금 더 성숙했다면, 조금 더 남편의 언어를 이해하고 보듬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서로 사랑하는데 왜 자꾸 싸우는 걸까?
왜 작은 논쟁은 늘 큰 싸움으로 번질까?
시작은 따뜻한 음식과 맛있는 술이었는데, 왜 끝은 항상 다 식은 음식과 쓴맛만 남아 버려지는 술인 걸까?
당시 이유를 몰라 답답했던 것들이 시공간적으로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많은 지점에서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마음들이 이제야 보이고 공감이 되면서 미안함과 후회로 가슴에 남는다.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고 했던가, 관계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헤어지니 비로소 보인다.
참 아쉽다. 소중한 것은 왜 늘 잃고 나서야 깨닫는 걸까?
결혼과 이혼을 둘 다 겪어본 입장에서 나는 여전히 결혼 예찬론자다.
하지만 '좋은 결혼'만이 행복을 가져다주고, '좋지 않은 결혼'은 행복을 앗아갈 수 있다.
결혼은 천국이 될 수도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우리의 결혼은 천국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아쉬움이 내가 글을 쓰는 원동력이자, 브런치 연재를 결심한 이유이다.
우리가 했던 실수를 다른 분들은 반복하지 않았으면, 이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행복했지만 서로를 너무 아프게 했던 '좋지 않은 결혼'이야기를 통해, 읽는 분들께 각자의 '좋은 결혼'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이를 통해 나처럼 잃고 나서야 깨닫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마지막으로 이 기록들이 내가 헤매던 꽤나 혼란스러운 길을 걷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숨죽여 울던 과거의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가치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