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행동에 대해, 단어에 대해, 지켜졌으면 하는 선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상처받는 포인트와 민감하게 느끼는 부분도 다 다르다. 이러한 다름을 두고 누구는 예민하다, 누구는 쿨하다 규정하는 것은 잘못된 거라 생각한다. 대체적으로 덤덤이었던 사람도 나보다 더 무디고 무심한 누군가와의 관계에선 예민이가 될 수도 있는 거다. 즉 예민이가 되고 덤덤이가 되는 것은 누구와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아주 상대적이라는 거다.
앞서 말한 여러 감정선과 옳고 그름의 결이 비슷한 남녀가 만나면 확실히 다투는 일이 적을 거다. 반면, 세세한 부분에서 서운함이나 분노를 느끼고 감정의 기복이 큰 예민이와 웬만한 일은 다 별거 아니라며 넘기는 덤덤이가 만나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덤덤이가 별 뜻 없이 한 말에 화를 내고 토라지는 예민이를 달래는 일은 어느덧 덤덤이의 일상이 된다. 처음엔 예민이의 성격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덤덤이는 억울해진다.
'왜 맨날 나만 예민이가 기분 나빠할까 눈치 보고, 화를 풀어주는데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거지….'
그러던 어느 날 덤덤이는 예민이에게 반문한다.
"난 솔직히 이 말에 왜 화가 나고 서운한 건지 잘 모르겠고 이해가 안 가. 나한테 진짜 아무렇지 않은 말인데…"
갈등의 원인이 예민이의 예민함 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다.
이후로 갈등이 있을 때 이런 말도 종종 하게 된다.
"왜 이런 거 가지고 기분 나빠해?",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너는 화가 너무 많아."
이런 말을 들은 예민이는 기분이 한층 더 나빠진다. 덤덤이의 행동으로 기분이 상한 건 나인데, 사과는커녕 내가 예민한 잘못으로 귀결된다. 상처받은 마음에 더해 덤덤이의 비난과 '나는 왜 좋게 넘기지 못하고 화가 날까..?'라는 자책까지 3중의 대미지를 입는다.
그러다 보면 관계가 지속될수록 예민이는 서운한 것을 말하기가 두려워진다. 말하면 또 나의 예민함을 탓할 게 뻔하니 점점 입을 다문다. 서운함은 쌓여 미움이 되고 미움은 원망을 낳아 사랑의 감정을 갉아먹는다. 마지막 남은 사랑의 조각이 사라지면 관계가 무미건조하게 끝나기도 하고, 안에서 쌓인 감정이 폭발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만 남기는 안 좋은 끝맺음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덤덤이가 나쁘고 상처받은 예민이만 불쌍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덤덤이 입장에서 보면 정말 피곤한 일이다. 똑같은 장난을 쳐도 누군가는 유쾌하게 받아주며 티키타카 재밌어하는데, 예민이는 "어떻게 그런 장난을 칠 수 있어!?"라며 정색을 하고, 상처가 되는 말이라며 나를 나무란다. 이 밖에도 작은 행동으로부터 자꾸 갈등이 생기는 패턴이 지속되면 예민이의 눈치를 보고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덤덤이 에겐 아무것도 아닌 일에 예민이는 자꾸 화가 나고, 자꾸 사과해야만 하는 패턴에 지치면 '내 말투나 행동에 기분 안 나빠하는 사람 만나고 싶어'라는 마음이 커지게 된다. 덤덤이의 경우 그 마음이 예민이를 사랑하는 마음보다 커지면 관계는 끝나게 된다.
위에서 말했듯 예민이는 예민이 끼리, 덤덤이는 덤덤이 끼리, 결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예민이 끼리 만나도 덜 예민한 누군가가 그 관계에서 덤덤이가 되고, 덤덤이 끼리 만나도 누군가는 예민이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결이 같은 사람끼리 만난다고 갈등이 안 생기는 건 아니다.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싸우는 이유는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단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예민이와 덤덤이 누구 한 명의 잘못이라 할 수 없으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올바른 방법만 안다면 아무리 다른 둘이어도 잘 맞춰갈 수 있다.
그렇다면 예민이와 덤덤이가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잘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크게 중요한 2가지가 있다.
하나는 덤덤이가 해야 할 일, 또 하나는 예민이가 해야 하는 일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