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초지현 Aug 29. 2024

더 깊은 곳으로

좋음 버튼을 찾아서

"여태까지 운이 좋았을 수도 있어요~ 더 깊은 곳은 안 돼요"

라는 의사 선생님말에 나의 즐거움 하나가 똑 부러졌다.




2년 전쯤,  여태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두통이 며칠 간격으로 찾아왔다.

머리를 옥죄이면서도 그 반작용으로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동반된 두통이었다.

머릿속 전체가 울리기도 했다.

수영하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고개를 숙이다가도 불청객처럼 불쑥 찾아오는 두통으로 일상이 두렵기 시작했다.


마침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해이기도 했고, 두통의 원인도 알고 싶어 MRA와 온갖 CT를 다 찍었다.

그리고서 받은 결과가  [뇌동맥류]가 있다는 진단이었다.

물론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어서 두통의 원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극심한 두통으로 뇌사진을 찍어 알게 된다고 한다.

뇌동맥류 진단을 내린 의사에게 그럼 이 두통의 원인은 무엇인가요 하고 물으니 "그건 스트레스성입니다.

스트레스 원인을 찾으세요"라고 짧고 굵게 말씀하신다.


'음~그래, 내가 스트레스가 좀 많긴 했지'


나의 뇌 속에 꼬져 있는 혈관은 다른 곳에 비해 터질 위험성이 낮고 혈관벽이 조금은  두꺼운 이라 예쁜(?) 축에 든다고 한다.

당장 수술해야 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폭탄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뇌동맥류 자체가 작은 폭탄 혹은 부풀어있는 풍선을  안고 있는 것이기에 매년 MRA를 찍어 그 꽈리를 관찰해나가자고 한다.


나의 작은 폭탄으로 인해  병원을 나오는 순간, 아~ 이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살아야겠다 생각의 핀이 뽑다.

오매불망 하고 싶었던 스쿠버와 프리다이빙을 하면서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 1년 후 다시 병원을 찾았다.


프리다이빙의 2단계 자격증까지 따놓고,  20m까지 내려갈 수 있는 3단계의 자격증을 위해 수업등록하기 직전이었다.

마침 부산의 북항에 20미터 넘는 다이빙 풀장이 생겨 가보자고 들떠있던 시기기도 했다.


1년 동안 나의 뇌 속 폭탄은 모양이나 크기가 변하지 않고 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어땠는지 물어보시는 의사 선생님에게 자랑스럽게 스쿠버와 프리다이빙으로 10m 바닷속을 거닐었던 이야기를 했다.


그때 의사 선생님이 더 깊은 곳은 자제하고 스킨스쿠버나 호핑투어정도로 만족하라고 조언하신다.

세상 무너지는 표정을 지으니 곧 50대가 될 텐데 그즈음 완경기가 오면 호르 변화로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여성의 경우 완경 후  올 수 있는 고혈압과 비만을 특히 조심해야 하므로 다른 운동과 취미를  하라고 권하신다.

네네~ 그냥 수면에서 하는 수영만 할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더 깊은 바닷속을 들어가 볼 수 없다는 사실에 힘이 빠졌다.




얼마 전 6m 풀장에 오랜만에 들어가니 한 번도 아프지 않았던 고막이 5m 지점에서부터 자극이 오는 것이 아닌가.

아.. 나는 외부환경 즉 내 귀로 들어온 정보나 말에 의해 이렇게 좌지우지되는 사람이었구나.

그 말 한마디로 고막이 정성을 다해 나를 보호하는구나 싶었다.


고막이 알려주는 내 마음속 두려움을 인지하고 더 깊은 바닷속, 물속 포기했다.

그래도 여전히 물속 아래서 올려다보는 수면은 나에게 허락되니깐,

힘껏 들이마신 숨으로 잠시동안  물속 세상을 유영할 수 있으니깐.

[좋음 버튼] 2개는 여전히 누를 수 있으니깐 되었다.


이제 다른 [좋음 버튼]을 찾으면 된다.

인생을 살면서 내가 누를 수 있는 , 나만의 [좋음 버튼]이 많아야 힘들 때 버틸 수가 있으니 말이다.

거창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닿을 수 있는 작은,  [좋음 버튼]들이 많아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니트가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