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완벽하게 치료하는 명약 따위는 없다. 상처를 싸맬 수 있는 붕대만 있어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 [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중에서.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아이들에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부모 혹은 양육자를 시작점으로 아이들의 세상은 확장되어 간다. 양육자에 의한 울타리 속에서 아이들은 작은 보폭으로 걸어 다니며 세상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사회 속에서 관계를 통해,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 그들의 세상은 점차 넓어질 것이다. 세상이 확장된 만큼 나름대로의 잣대를 가지고 주로 머물러 향하게 되는 곳들이 정해지는 것이다.
생물학적으로 세포수가 증가하여 몸이 생장하는 만큼 마음속 성장도 함께 일어나 생각의 고리가 여러 개로 다양하게 연결될 것이다. 그 생각 고리는 어떤 환경이었느냐에 따라 굳기가 결정된다.
환경에 따라 단단한 연결고리가 되느냐, 아니면 힘없이 끊어질 수 있는 고리가 되느냐, 혹은 고리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이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
단단한 고리로 많이 연결된 촘촘한 사고 속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세월의 풍파에 쉽게 부스러지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은 그들을 보살펴주거나 곁에 있어주는 어른들이 그렇다고 하는 말이 진리로 작용될 때가 많다. 가족이기 때문에, 선생님이기 때문에, 늘 보는 이웃이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이, 행동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늘 새로운 경험의 연속이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 때 느껴지는 낯선 감정에 대해 정확히 정의 내리기 어렵다.
무엇이 잘못인지, 무엇이 불편한 건지, 혹은 불쾌한지를 바로 알아채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른의 잘못으로 벌어진 상황 속에서, 그게 의도적이라면 더욱이 아이는 정확한 상황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경험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어른의 잘못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경우가 있다.
어린 시절 누군가가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아이의 행동을 덧붙여 얘기하여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네가 알았어야지
네가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지
네가 미리 얘기했어야지
이런 자각 없이 내뱉는 말이 어린 시절의 아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
아이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거나 공포에 놓이게 되면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다.
아이의 작은 온 세상이 옴짝달싹도 못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시킬까 봐, 행여 마음 아프게 할까 봐 그 조그만 입은 쉽게 떼 지지 않는다.
어른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는 지속적인 관심과 모르고 그냥 지나치게 된 경우, 후에 알게 되었을 때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안아주는 위로이다.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안아줘야 한다.
"미안해, 바로 알아봐 주지 못해서"
"고마워, 알게 해 줘서"
이것은 우리 안에 아직 자라지 못한 아이에게도 해줘야 하는 말이다. 아이였던 어린 시절 나에게,
"네 잘못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