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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Aug 10. 2023

스쿠버다이빙의 언어는 수신호

버디와 함께

꼬옥 다문 입이 바짝 마른다.


물속으로 들어가면 스쿠버의 호흡기인 레큐레이터를 물고 있어야 한다. 공기를 공급받기 위해 크고 깊게 입으로 숨을 쉰다. 그때  물이 들어올까 봐 혹은  호흡기가 빠질까 봐 너무 꽉 물고 있다 보면 턱이 아플 때가 있다.

 

공기 중에서는 소리를 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물속에  들어가면 입에 꼭 문 호흡기 때문에  소리를 낼 수 없다. 그래서 물속에서는 세계 공통적으로 같은 수신호를 사용한다.

이론 수업 초기에 나오는 수신호는 간단하지만 꼭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같이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버디들과 소통할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은  혼자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다.

불시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인 이상 들어가야 한다.

가장 기초단계인 오픈워터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들어갈 수도 없다.

오픈워터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다이버계의 유치원생이다.  

이제 막 바다를 경험하며 이것저것 신기할 나이 아니 단계다. 위험한지 안전한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만질 수도 있고, 자기도 모르게 다른 수심으로 빠질 수 있는  다이버 유치원생인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어드밴스드 이상의 자격증을 가진 다이버가 한 명 이상 있어야만 함께 입수가 가능하다.

오픈워터 다이버와 들어간 어드밴스드 다이버는 그들과 함께 얕은 수심에서 머물러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오픈워터 다이버는 수심 18미터까지의 바다만 허용되지만 어드밴스드 다이버는 30미터 아래까지 허용되어 더 다채로운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갖추려면 개방수역(파도나 조류가 있는 바다)에서의 다이빙 횟수가 4회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물속에서 중성부력을 유지하여 일정한 수심에서의 자기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오픈워터 다이버인 나는 제한구역(6m 풀장같이 통제가 가능한 수역)에서의 다이빙만 했던지라

연이어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넙치나 니모와 같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호초 같은 수중생태계를 보고 싶다.

바다에 들어갔다면 거북이와 인사 한 번은 하고 와야 하지 않을까!




보통 스쿠버샵의 장비를 대여해서 펀 다이빙을 하게 되면 샵에 계시는 보조 강사나 마스터다이버들과 함께 입수하게 된다.

처음 만난 그들과 물속에서 소통을 하려면 수신호를 해야 한다.

괜찮다는 오케이 수신호, 주먹 쥔 손으로 엄지를 위로 향하면 수면 위로 상승 즉 출수한다는 것이고,  엄지를 아래로 향하면 하강을 의미하는 수신호 등이 있다.  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 바디랭귀지와 유사하다.

그러나 물속에서의 사고는 크든 작든 호흡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수신호를 제대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바닷속의 풍경에 감동한 나머지 "따봉"을 외치듯 엄지 척을 보여주면 그것을 수신호라고 인지한 버디는 수면 쪽으로 상승을 해버릴 것이다.

혹은  따봉 하며 그대로 있는 당신을 걱정하며 끌고 수면 위로 올라갈지도 모른다.



너무 좋아서 몸 쪽 두 손을 흔들다 보면 곁의 버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가슴에서 손을 흔들면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손바닥을 가슴 쪽으로 향하게 펴서 시소 타듯 움직이면  괜찮지 않다는 시그널을 담는다.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게 펴서  가슴 쪽에서 좌우로 움직이면 그 수심을 유지해서 있으라는 수신호이고, 목 쪽에서 움직이면 (목을 자르는 시늉)을 하면 공기가 떨어졌다는 것을 근처의 버디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의사를 전달할 때는 근처의 버디의 눈을 바라보고 정확한 수신호를 해야 한다.

바닷속은 신비로우면서도 그만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비단 바닷속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각기 다른 신호로 인해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  늘 서로에게 맞는, 상황에 맞는 언어를, 신호를 잘 보내야 조화롭게 살아지는 것이다.


바닷속에서는  같이 입수한 버디를  의지하게 된다. 서로 믿고 서로의 신호를 잘 보아주면  함께 새로운 바닷속을  안전하게 누빌 수 있다.


삶의 한가운데에서도  곁에 있는, 나와 결이 맞는 내 인생의 버디들을 의지하며 나 또한 의지할 수 있는  그들의 버디가 되어줄 것이다.

나와 함께해 주는 내 인생 속의  버디들에게 사랑의 신호를 더 많이 보내야겠다.


사진출처 : 세이 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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