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평형
첫 입수다.
늘 발이 닿는 수영장에서 자유형을 하다가 생소한 장비를 장착하고 6m 수심의 풀로 들어간 것이다.
보통 공기 중에서는 1 기압크기의 대기압이 모든 방향에서 우리 몸을 누른다.
우리 몸은 60프로 이상이 물로 되어있어 밖에서 누르는 압력만큼 몸 안에서 밖으로 같은 세기의 압력이 작용한다.
평상시에는 그 압력이 같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압력평형에 놓여있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보았을 고막의 먹먹함이 있다.
높은 산을 오를 때나 차를 타고 긴 터널을 지나갈 때 혹은 비행기가 이륙할 때 고막의 불편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평상시 느끼던 대기압이 줄어들면서 밖에서 미는 압력이 약해져 몸안에서의 압력이 고막을 자극하는 것이다.
이럴 땐 침을 꼴깍 삼키거나 아~소리를 내어 공기를 이동시키면 불편함이 덜어진다.
물속에 들어가는 것은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공기가 수면을 누르는 평상시의 대기압과 함께 물속에서는 물의 무게가 사방에서 나를 누르는 압력으로 더해져 귀에 자극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코를 막고 흥~얼굴 안쪽 공기를 밖으로 밀어 고막의 압력을 맞추게 된다.
이렇게 압력을 맞추는 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 한다.
수영장의 6m 풀 속에는 계단이 수면에서 바닥까지 이어져 2 계단 내려갈 때마다 이퀄라이징을 하라고 한다.
귀가 아프기 전에 이퀄라이징을 하며 한 단계씩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이미 귀가 아프기 시작하면 압력평형이 깨어진 것이므로 이퀄라이징을 해도 귀 통증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땐 살짝 다시 올라가 귀가 아프지 않은 지점에서 다시 이퀄라이징을 하고 내려가기를 권유한다.
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하강하며 이퀄라이징을 수시로 미리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세게 이퀄라이징을 하면 역압력이 걸려서 안쪽에서 고막을 자극하게 되어 통증이 지속된다고 한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은 모양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둘러보는 자세로 다가가는 것이 적응하기 더 좋다.
6m의 바닥에 언제 닿나 싶었는데 한 단계씩 천천히 이퀄라이징을 하며 내려가니 어느새 바닥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그 단단한 바닥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니 6m의 물기둥 속이 온전히 느껴졌다. 위로 올라가는 기포가 점점 커지며 수면에 닿는 것이 보인다. 빛이 굴절되어 퍼지는 수면이 유화를 그려놓은 듯하다. 일렁이는 유화를 보며 내 마음도 일렁거려 잔잔한 웃음이 퍼진다.
앗~입 벌리고 웃으면 안 돼! 입에 꼭 물고 있는 레큐레이터(호흡기) 속으로 물 들어와~
우리의 몸은 늘 미리 대처하기를 바라는 듯하다.
아프기 전에 운동을 하고, 영양이 부족하기 전에 고른 영양섭취를 위한 식사를 한다.
물론 이상증상이 있을 때 다시 점검하고 챙겨나가면 된다.
이렇듯 조금씩 대처하고, 작은 습관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형성해 나가게 되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내 속의 내면도 단단한 바닥처럼 중심을 잡게 될 것이다.
이퀄라이징을 하면서 나의 느긋함도 도움이 될 때가 있구나 싶었다. 나의 느린 행동이 선생님눈에는 진중함으로 보였나 보다. 수면에서부터 바닥까지 천천히 한 번에 도착하여 첫 시간에 에이스로 등판했다.
물론 4명이라는 적은 인원 속에서지만 말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