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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Jul 11. 2023

스쿠버를 시작하다.

시작이 반

조류에 휩쓸려 많이 떠내려 온 듯했다.

깊은 심해인 듯 한 곳까지 떠밀려왔으나 다행히 저체온증이  오지 않았고, 근처에  단단한 바위가 있어 올라앉아 쉴 수 있었다.

육지에서 보내주는  끊임없는 등댓불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다시 되돌아올 수 있었다.


나에게 단단한 바위는  함께 일상을 나누는 가족이었고,

등댓불은 함께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늘 그곳에 있어주는 이들이었다.


일상을 걱정하는 것이 얼마나 평온한 일이었는지, 일상이 흔들리지 않고 고요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잔잔한 수면과 같은 일상에 타의에 의한 풍랑이 일었다.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닌 곳에서.

그리하여 가라앉았다가 다시 떠올라보니 새삼 정화된 이 마음바닷속이 맑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자의에 의한 풍랑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그 풍랑을 10년 동안 마음으로만  품었던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 따는 것으로 만들겠다.

한번 생각하니 계속 머릿속에서 다이빙만 맴돌았다.


시작은 수영장이었다.

수영강습을 하는 곳에서 스쿠버 다이빙 오픈워터 과정을 수강생들에게 싸게 해 준다는 말에 혹해서 "저요~"하고 손들었다. 처음 6명이 팀을 짰는데 2명은 6m 수심의 풀장을 보고서는 그 깊이에 압도되어 못하겠다고 빠져버렸다. 최종적으로 4명의 인원이 의기투합하여 스쿠버 수업을 들으러 갔다.

수영강습하는 레일과는 조금 떨어진 곳에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6m인 풀장이 있는 곳으로 말이다.


40대 후반의 이 나이에 가능할까 는 생각 따위는 접어두자. 왜 하려고 해요?라는 스쿠버 강사의  질문에 그저 " 바닷속이 궁금해요"라는 답변을 했다.

미지의 세계가 궁금했고, 안 해본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완전 초보자라 오픈워터과정으로  크게 어렵지는 않지만 운전면허증처럼 어느 바다를 가도 따로 교육받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라이선스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 라이선스의 첫걸음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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